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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핀초 거리'를 꿈꾸며
입력 : 2024-02-05 오후 4:24:47
요즘 챙겨본 예능 프로그램 중 '장사천재 백사장'이 있습니다. 국내 요식업계 대부 백종원이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에서 K-푸드로 장사를 하는 내용입니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에 위치한 도시 산 세바스티안은 축구 클럽 레알 소시에다드로 유명합니다. 이천수 선수가 뛰었던 곳이죠. 
 
그저 축구 클럽이 있는 도시로만 알고 있었는데 세계적인 미식의 도시라고 합니다. 미슐랭 식당들이 즐비한 곳으로 스페인 북부 지방 음식 '핀초'가 유명합니다. 핀초는 바에서 먹는 조그만 간식으로 바스크, 나라바 지방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흔히 아는 스페인 음식 타파스와 비슷하지만 핀초는 꼬챙이로 음식을 꽂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핀초라는 말 자체가 '못'을 뜻합니다.
 
평소 식욕이 왕성하지 않은 편이라 별 관심이 없었지만 핀초 골목에 위치한 가게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반주'라는 이름으로 1호점, 2호점을 만든 백종원은 그 지역 핀초가게에 매출로 도전장을 냈는데요. 1호점은 대로에 있는 일반 식당이고 2호점은 작은 골목에 있는 바로 꾸몄습니다.
 
2호점 분위기는 우리나라 말로 표현하자면 '정이 넘쳤습니다'. 백종원은 오가는 손님들에게 바스크어로 '카이쇼'라고 인사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도 바스크어인 '에스께리까스코'로 건냈죠. 센스가 넘친 부분입니다. 스페인인데 왜 바스크어를 쓰냐고요? 스페인은 한 국가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민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스크 민족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민족 중 하나입니다. 나바라 왕국의 영토였던 바스크는 1512년 스페인 왕국으로 통합됐지만 자치 지방으로서 존재했습니다. 독립 의지가 강한 지방으로 바스크인은 본인이 스페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바스크어도 스페인어 '올라', '그라시아스'와 비교했을 때 참으로 희귀한 언어입니다. 
 
즉, 지역감정이 있는 지방이란 뜻인데요. 백종원은 그 부분을 잘 간파한 겁니다. 인삿말과 감사 표현을 바스크어로 건내며 호객행위를 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K-푸드로 만든 핀초 메뉴로 산 세바스티안 사람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심지어 '소맥쇼'까지 보여주며 제대로 K-푸드 문화를 선사했죠.
 
장사천재 백사장을 보는 내내 K-핀초 거리를 꿈꿨습니다. 바스크 지방에서 바스크 사람들을 위해 바스크어로 한국식 핀초를 장사한다. 낭만을 떠나서 분명한 수요가 보였습니다. 벌써 바스크 단어를 두개나 알고 있으니 조금만 더 공부해서 산 세바스티안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에스게리까스코'.
 
(사진=tvN)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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