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의 여행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사람과 동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누군가는 기이하다고 하지만 저는 그의 진한 여행관에 꽤나 공감하는 편입니다.
(사진=MBC홈페이지 캡처)
어딘가 다큐같은 예능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활약한 영향으로 기안84는 비연예인 최초로 지난해 연예대상 대상까지 거머쥐었습니다. 태계일주는 기안84의 색다른 여행관으로 세 시즌 모두 인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안84가 인도 갠지스 강에서 강물을 퍼먹는 모습을 보고 많은 시청자들이 기함했지만 사실 저는 그런 반응이 의아하게 느껴졌습니다. 현지인이 기도를 하며 강물을 마시며 권하는데 마땅히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현지인도 마시는 물이고, 강요를 했던 것 또한 아니었기 때문이죠. 물 한 모금에 많은 이들과 의견이 갈릴 줄은 몰랐네요. 여튼 저는 그 강물 한 모금에 기안84와 마음이 더 가까워졌습니다.
다들 저마다 꿈꾸던 관광지를 찾아 떠날 때 기안84는 한 현지인의 집을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언어도 통하지 않던 이들이지만 하룻밤을 같이 보내며 그들의 문화에 녹아들었습니다. 이렇게 관계를 맺은 이들과 헤어질 때면 기안은 늘 고마움의 선물로 그림을 그려주곤 합니다. 정이 오가는 모습에서 저는 꽤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기안84는 해외에서 결혼식은 물론, 다른 멤버들은 선호하지 않는 각 국의 장례식에도 참석했죠. 인간이 가장 슬픈 일을 겪을 때 서로 다른 문화에서 슬픔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보여줬습니다. 장례식은 가장 진한, 그 나라 본연의 문화입니다. 그 장면을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볼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궁금하지만 왠지 궁금해하면 안될 것만 같았던 부분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새로운 곳을 가면 그곳에 거주하는 현지인들의 삶에 폭 빠져들고 싶어합니다. 여행의 목적이 관광보다는 '사람'에 맞춰져있습니다. 휘황찬란한 건물보다는 자연이 좋고 사람이 좋습니다. 우리나라 문화와 많이 다르더라도, 다소 투박하더라도 그 나라에선 그 나라 사람이 돼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있습니다. 좀 더 그들과 많이 호흡하고 싶기 때문인데요. 동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에서 볼 수 없는 그 나라의 동물을 보기위해 군집지를 찾아가곤 했습니다. 여행 동선도 동물이나 자연을 만끽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짜곤 하는 편입니다.
기안84는 천둥번개가 내리쳐도 짜증 한번 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밖으로 나가 비를 맞으며 아이처럼 소리치며 달립니다.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압니다. 물 흐르듯 살아가는 그의 여행관이 반영된 모습입니다.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여행의 묘미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에서는 각자의 역할과 임무가 있기에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둘 수 없잖아요. 여행이라는 이름의 자유가 주는 유일한 특권 아닐까요? 천둥번개 때문에 가져간 예쁜 옷을 입어보지 못하고, 몇 가지 일정을 포기해야 하더라도 그것 또한 그 여행에서만 겪을 수 있는 각별한 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