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을 발굴·육성하는 정책금융기관의 기능 재편을 위해 전문가들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뉴스토마토 산하 'K-정책금융연구소'가 이달 출범했습니다. K-정책금융연구소를 이끌 정재호 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관과 한덕수 전 총리 수석비서관, 20대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를 거쳐서 IBK기업은행 상임감사를 역임했습니다. 연구소는 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지원을 펼치고 있는 정책금융기관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정책금융 관련 입법 활동 평가와 법안 청원운동도 함께 진행합니다.
국내 정책금융기관들은 보증, 대출, 투자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지원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왔지만 규모의 비대성, 접근성과 선별성에 대한 지적 등 효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분별하고 과도한 정책금융, 대출에 편중된 자금지원, 정책금융기관 과도한 분화 등 지적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정재호 K-정책금융연구소장은 "현행 정책금융 체계가 앞으로의 급격한 환경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4차 산업혁명기의 중소벤처기업을 능동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인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며 "대량생산과 저원가, 빠른 모방을 통해 발전했던 19세기 산업, 이를 위해 설계된 20세기 정책금융으로 21세기의 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을 육성하려 한다면 그 결과가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재호 소장이 내달 출범하는 K-정책금융연구소의 설립 취지와 연구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책금융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23.9%로 이탈리아(15.8%), 독일(14.6%), 일본(9.4%) 등 정책금융이 활성화돼 있는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요.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내 금융공공기관의 정책금융 공급액은 지난 2011년 500조4000억원에서 2021년 907조1000억원으로 10년간 꾸준히 늘었습니다.
그런데 정책금융 지원 방식을 보면 대출 및 보증 형태의 지원에 과도하게 편중돼 있는데요. 지난 2021년 말 기준으로 중소금융 공급 금융공공기관의 공급 잔액은 총 449조1000억원이며, 이 중 대출 287조3000억원, 보증 145조1000억원으로 대출·보증 비중이 96.3%에 달합니다.
대출·보증 중심의 정책자금은 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의 일시적인 자금 부족을 완화해주지만 단기 운영자금에 쓸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지원 기관으로부터 사후관리나 추가 연계지원을 받지 못하는 실정도 문제입니다. 모험자본 투자 형식의 장기자금으로서 초격차 기술 육성 등 선도금융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중소기업 정책금융은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여러 정부부처가 다양한 금융지원 수단을 활용하는 양상을 띄는데요. 중소기업은행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대표적인 기관 외에도 경제 관련 모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유관기관들이 정책자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정책금융기관의 과도한 분화가 지속된 결과 정책금융기관 간 기능 중복과 비효율적 지원 등 고질적인 문제가 야기되는 모습인데요. 이제는 산업이 정책금융을 좌지우지 하는 시대를 지나 정책금융이 산업전략을 선도해야 하는 시대로 가야 합니다.
연구소는 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의 자금공급을 책임지는 정책금융기관 7개와 무역금융 정책을 취급하는 기관 2개, 주택부문 정책금융기관 2개를 선정합니다. 정책금융기관이 설립 목적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심층 점검을 진행하고, 기업의 성장성·기술력 담보 지원, 전통적 대출지원의 고도화, 정책금융 통합지원을 위한 장기 목표를 제시할 계획입니다.
또한 정책금융기관이 '1기관 1법'으로 특화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대 상황에 맞는 법률 개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국회 소관 상임위위원회 의원을 대상으로 입법 활동에 대한 심층평가를 진행하고, 법안 개정을 국회와 정부에 청원하는 '좋은 법 개정 운동'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정 소장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는, 사람이 유일한 자원이고 그에 따라 초격차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중소벤처기업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마련해줄 것"이라며 "격변의 시대에 가장 위험한 것이 과거의 방식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격언처럼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기회, 새로운 기업을 위해서는 정책금융 혁신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정재호 K-정책금융연구소장이 연구소 집무실에 마련된 현판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