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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던 연날리기
입력 : 2024-02-14 오후 5:45:30
하늘을 힘껏 올려다 본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시나요? 여유롭게 날씨를 만끽하며 햇살 맞기를 즐기는 이라면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꼭 붙들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하늘을 계속해서 올려다보는 것은 낯선 일이 됐습니다.
 
지난 11일 시민들이 연을 날리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설 명절, 공원을 찾았다가 하늘을 수놓은 연들을 보게 됐습니다. 우리 가족들도 연날리기 무리에 합류해 연을 날리기로 단번에 결정했습니다. 연날리기는 체력이 많이 요구되는 놀이도, 어려운 놀이도 아니어서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마침 바람도 적당히 분 덕에 바닥을 끌며 한동안 씨름할 줄 알았던 연은 손쉽게 고공행진했습니다. 멈추지 않는 바람을 타고 여유롭게 하늘을 유영했습니다. 때때로 실만 조금씩 감고 풀면 연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를 기세였습니다.
 
그런 연을 멈춘 것은 날씨가 아니었습니다. 연을 날리는 우리 가족이었습니다. 더 날고 싶다는 연을 애써 감아 당긴 이유는 바로 목 통증 때문이었습니다. 불과 10분 남짓 연을 바라봤을 뿐인데 뒷목이 뻣뻣하게 굳어왔습니다. 어지러움은 덤이었습니다. 연 대여 시간이 1시간이었으나 15분 만에 연을 반납하고 말았습니다. 좋았던 추억은 찰나였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가족들의 반성이 이어졌습니다. 얼마나 하늘을 보지 않고 살았는가, 얼마나 스마트폰을 보며 앞으로 숙였는가에 대한 자책이 이어졌습니다. 맞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는 연날리기를 하며 목이 아파 멈췄던 기억은 없었다고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연이 높이 날지 못해서 속상했던 기억은 있어도 목이 아팠던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 그 정도로 긴 시간을 날려보지 못해서였을까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얼마나 스마트폰, TV, 노트북만 붙잡고 살았는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 한의원이나 정형외과에는 손목과 목 통증을 호소하는 10대, 20대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컴퓨터가 원인이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이 가장 큰 악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소지하고 다니는 통에 기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반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우리의 시선은 늘 아래로 향하게 됐습니다. 스마트폰만 보며 좀비처럼 다니는 '스몸비 족'이 문제가 되자 아예 횡단보도 아래에 조명을 설치하는 등 스몸비 맞춤 신호가 생기기도 했지요.
 
재미에 젖어 많은 것을 잊고 산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청명한 하늘도, 건강한 자세도 잊고 재미에만 빠져있었던 자신을 돌이켜봅니다. 다음 명절, 연 날릴 때에는 목이 아파 관두는 일이 없도록 이제는 하늘을 자주 보려 합니다.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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