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사업성이 확실한 곳에서는 수주 경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압구정, 여의도, 한남 등 서울 알짜 지역에서 시공사 선정이 이어지면서 건설업체들은 별도의 전담 팀을 만드는 등 역량을 집중해 물량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재건축 6개 구역(1만466가구) 가운데 4곳(8561가구)이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에 나설 예정입니다. 한국 대표 부촌으로 상징성과 입지에서 '제건축 초대어'로 꼽히는 데다, 추후 다른 한강변 사업장에서 수주가 유리해지는 만큼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입니다.
압구정 재건축 가운데 압구정 3구역에는 전체 예정 가구수 1만466가구 중 절반 이상인 5800가구가 공급돼 가구 수가 가장 많고 대형 평형 비중이 높습니다. 설계사 선정 문제로 속도는 현재는 2구역이 가장 빠릅니다.
현대건설(000720)은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고 정주영 회장이 직접 챙긴 만큼 역사 계승을 위해 수주에 사활을 걸 방침인데요. 도시정비팀 산하에 10여명 규모의 '압구정 재건축 TF팀을 발족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한남대교 남단에 연면적 약 4400㎡ 규모의 홍보관도 선보입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강변 초고층 주택 건설을 선도하는 기술력을 적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당팀을 구성했다"면서 "압구정 TF팀이긴 하지만 미래에는 한강변 초고층 주택을 대상으로 상품을 연구하고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물산(028260)도 수주전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해 8월 '래미안 더 넥스트' 발표회에서 압구정, 여의도, 성수를 주요 적용 사업 대상 지역으로 꼽은 바 있습니다. 초고층 설계에 최적화되고 '넥스트 라멘구조'를 적용해 '장수명주택'을 건설한다는 방침입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조합 니즈에 맞춰 특화 설계를 제안할 수 있게 개발 중"이라면서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을 앞당기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핵심 사업지가 대거 나오는데 압구정을 포함해 여의도, 성수, 서초 등 핵심 지역 수주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한강변 아파트. (사진=뉴시스)
상반기 중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한남4·5구역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특히 한남4구역은 조 합원 수가 적어 한남뉴타운 내에서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꼽힙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남 5구역은 한강변 인접구역이 넓고, 평지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신분당선 연장역인 동빙고역이 단지 도보권에 들어서고, 용산족공원과 가장 인접해 걸어서 접근이 가능하죠. 삼성물산과
GS건설(006360),
DL이앤씨(375500) 등이 참여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초구 잠원동 일대에서는 신반포 12차의 시공사 선정이 임박했는데요. 재건축 조합은 내달 중으로 입찰 공고를 내고 오는 6월 시공사 선정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지하 3층~지상 35층, 432가구 규모로 재건축되며, 지하철 3호선 신사역과 잠원역이 도보 5분 거리에 있어 좋은 입지로 평가받습니다.
건설사 중에는 롯데건설이 가장 적극적인데요. 재건축 수주를 위해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르엘(LE-EL)'을 적용하고, 세계적 건축 디자인 회사인 저디(JERDE)와 협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저디의 수 석디자이너인 존 폴린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직접 단지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여의도에 위치한 단지들도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여의도 15개 재건축 단지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한양은 다음달 초 시공사 선정 작업을 재개할 전망입니다. 최고 56층 규모로 재건축이 이뤄지는 한양 수주전에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참전했습니다.
포스코이앤씨는 경쟁사 대비 저렴한 공사비를 제시했는데요. 1차입찰 당시 3.3㎡당 공사비 798만원을 제시했는데, 이는 현대건설이 제안한 881만원보다 83만원 낮은 가격입니다. 현대건설은 이후 대안 공사비로 3.3㎡당 824만원을 내놨고 분양면적 증가, 골든타임 분양 및 적정 분양가 보장을 제안해 사업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입니다.
건설 업황 부진으로 사업성이 보장되는 '알짜' 사업지는 경쟁이 과열되는 반면, 일부 사업장에선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데요. 또, 수익성이 낮은 사업장에선 공사비 인상으로 시공사 선정이 취소되거나 사업이 멈춰 선 경우도 많죠. 업계에서는 사업성 확보되는 사업장에 대한 선별 수주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대부분 건설사가 상징성과 사업성이 있는 곳에 집중할 예정"이라면서 "일단 핵심지를 선점하면 향후 인근 사업장 수주에도 시공 경험을 앞세울 수 있기 때문에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