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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로 돌아온 을지OB베어
입력 : 2024-02-21 오후 7:01:06
을지OB베어가 다시 을지로로 돌아왔습니다. 약 2년 만입니다. 불가능해보였던 을지로 복귀가 최수영 을지OB베어 사장의 투지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사진=을지OB베어 인스타그램)
 
그러나 반쪽짜리 복귀입니다. 원래 을지OB베어가 있던 기존의 자리로 돌아가지는 못했으니까요. 42년간 지켰던 그 골목으로도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큰 대로변을 사이에 두고 최 사장은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난해 3월 을지OB베어는 동교동으로 옮겨 재개업했습니다. 당시 최 사장은 철거 후 1년을 넘기기 전에, 잊히기 전에 다시 가게를 꼭 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을지로에 대한 갈증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그 바람이 또 1년이 되기 전에 이뤄진 것입니다.
 
을지OB베어의 소식에 기쁜 마음이 들다가도 이내 우려가 밀려옵니다. 시끌벅적한 기존 노가리 골목을 보고 있노라면 최 사장님의 마음이 어떨지 일단 걱정이 됩니다. 을지OB베어가 철거되기 전까지 밤이면 인파가 몰려 걸어 다니기도 어려웠던 골목을 최 사장은 한동안 지켜봐야겠지요. 당분간은 을지OB베어 컴백 소식에 손님이 몰리겠지만, 노가리 골목 상권이 광범위하게 구축된 곳과의 온도차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이 이번에도 가게가 성장하고 나면 또 이전 같은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지난 2022년 4월21일 을지OB베어가 강제 철거되던 날을 기억합니다. 새벽 기습 철거로 인해 허탈한 표정으로 촛불기도회 앞에 선 을지OB베어 사장 내외가 생생합니다. 을지OB베어 소식을 모르고 그저 단골로 가게를 찾았다가 뜯겨나간 간판을 보고 깜짝 놀랐던 손님도 기억납니다. 
 
을지OB베어는 2015년 서울시의 '서울미래유산'으로,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에도 선정된 곳이었습니다. 대를 이어 소신을 갖고 영업을 하며 노가리 골목 문화도 만들어냈지만 거대 자본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진 못했습니다. 터줏대감이던 소상공인이 밀려나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보면서 돈 앞에서는 그 어떤 인정과 명예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지요.
 
을지OB베어를 응원하는 이들은 많습니다. 힘들 때 기쁠 때를 언제나 함께 해준 단체들도, 시민들도 있습니다. 을지OB베어가 약자의 아이콘이 됐기 때문이죠. 그래서 약자를 대변하고 보호하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이게 된 것이죠. 어쩐지 씁쓸합니다. 또 간판이 뜯겨 나가는 일이 없도록, 이제는 촛불을 넘어 더 강력한 보호 조치가 생겨날 때도 된 것 같습니다.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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