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쿠팡과 쿠팡의 자체브랜드(PB) 자회사인 CPLB가 210곳이 넘는 수급사업자와 거래하면서 발주서 단가를 엉터리로 기재하다 덜미가 잡혔습니다. 쿠팡이 허위 단가를 기재한 발주 건수는 3만 건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과 CPLB의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1억7800만 원을 부과한다고 22일 밝혔습니다. CPLB은 2020년 7월 쿠팡에서 물적 분할한 회사입니다.
조사 내용을 보면 쿠팡과 CPLB는 2019년 3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총 218개 업체에 쿠팡 PB 상품 제조를 위탁하면서 발주 서면에 허위 단가를 적어 발급했습니다.
두 회사가 엉터리 단가로 발주한 건수는 3만1405건입니다. 금액으로는 약 1134억원에 달합니다.
하도급 거래 때 발주서 허위 기재는 수급 사업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거래 관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로 인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수급 사업자로서는 발주 단가의 실제 여부를 입증해야 합니다.
때문에 하도급법에서는 허위 사실이 담긴 발주서를 '서면 미발급' 상태, 즉 아예 발주서가 발급되지 않은 상태로 봅니다. 이는 계약 내용을 명확히 하는 등 하청업체의 권리를 보호하고, 거래 시 분쟁을 최소화하는 조치입니다.
공정위가 쿠팡과 CPLB에 부과한 과징금은 각각 4900만원, 1억 2900만원입니다.
쿠팡과 CPLB 측은 PB 상품 납품단가가 타 부서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임시 기재했을 뿐, 하도급 업체와 사전 협의를 거쳐 견적서·세금 계산서에 실매입가를 기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같은 주장을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발주서는 개별 거래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자료인데, 발주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하면 안 된다는 설명입니다.
공정위는 쿠팡과 CPLB가 쿠팡 내 다른 부서보다 더 많은 실적을 내려고 경쟁하며 허위 단가를 기재한 것으로 봤습니다.
이하나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제조하도급과장은 "쿠팡 내 직매입 부서와 PB 상품 부서 간 경쟁으로 인해 실적을 비밀에 부치는 과정에서 허위 단가를 적어 낸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쿠팡이 실제 지급한 하도급 단가와 발주서에 기재된 단가의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하나 과장은 "이번 조치는 PB상품의 제조를 위탁하면서 허위의 하도급 단가를 기재한 발주 서면을 발급한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를 제재, 앞으로 서면발급 의무를 준수한 하도급계약이 보다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과 CPLB의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1억7800만 원을 부과한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쿠팡 차량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