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지난해부터 국내 굴지의 금융지주사를 이끌고 있는 양종희 KB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희비가 갈리고 있는데요. 양 회장은 연간 순익 5조원을 바라보며 리딩금융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반면, 임 회장은 큰 폭의 역성장을 거두는 등 부실한 성적표에 체면을 구기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KB, '리딩금융' 입지 공고
양종희 KB금융 회장. (사진=KB금융)
지난해 11월21일 취임한 양 회장은 28일 취임 100일 맞았습니다. 취임 당시 양 회장은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하는 경영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경영 △직원에게 '자긍심과 꿈'을 주는 경영 △주주의 '지지와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경영을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을 위한 4가지 경영 방향으로 제시했습니다.
양 회장 취임 후 첫 성적표에서 지난해 KB금융은 4조63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11.5%의 실적 성장을 시현했습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한 실적 성장입니다.
하지만 희망 퇴직 비용과 민생금융지원 및 PF 충당금 등으로 당초 예상된 5조원 클럽 입성은 달성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말 KB금융의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1조378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9296억원 증가했습니다. 은행권 공동 민생금융지원의 경우에도 참여 은행 중 최대 금액인 3712억원을 지원했습니다.
비은행 계열사의 성적 좋았던 것이 KB금융 순익 증가를 이끈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양 회장은 KB손해보험 대표, 지주 디지털 부문 총괄 부회장 등을 거쳤는데요. 비은행사업 육성 등을 위해 계열사 독립성, 자율성을 강조하는 경영방침을 내세우는 등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는 KB증권이 지난해 3896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며 전년(2018억원) 대비 107.5% 큰 폭 증가했습니다. KB손해보험은 7529억원으로 전년(5572억원) 대비 약 35.1% 상승했습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3조26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8.9% 성장했는데요. 다만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불완전판매 이슈가 남아있는 등 올해는 내부통제 및 소비자 보호 등 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힙니다.
관치 논란 이어 체면 구긴 임종룡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우리금융)
관치 논란을 뒤로 하고 취임한 우리금융의 임 회장은 체면을 구기게 됐습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지난해 2조51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19.9% 감소한 규모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 중 실적이 가장 저조한데요. 우리금융은 증권사와 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 않아 우리은행의 수익 감소에 직격타를 맞았습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순이익 차이는 2022년 약 4200억원에서 2023년 1조원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NH농협금융이 지난해 2조23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머지않아 4대 금융 자리도 NH농협에 내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2조515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13% 줄었습니다. 하나은행이 사상 최대 순이익(3조4766억원)을 거두며 하나금융 전체 실적을 방어한 것과 상반됩니다.
임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강조했는데요.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은행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우리은행 순이익은 우리금융 전체 순이익의 99.9%를 차지하면서 2022년(92.1%)보다 7.8%포인트 확대됐습니다.
지난해 증권사 등 비은행 부문 자회사 인수를 통해 그룹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도모했지만 비우호적인 시장 상황과 매물 부재에 따라 우리금융의 인수합병(M&A) 의지는 연내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다만 올해는 다소 분위기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우리금융이 타 금융지주에 비해 부동산PF 관련 손실이나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 홍콩H지수 관련 ELS 불완전판매 이슈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관건'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등 금융지주 올해 성적은 비은행 및 비이자가 관건일 것으로 보입니다. 각 금융지주가 전통 은행사업에서 영역을 확장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첫 성적표에서 호실적을 거뒀지만 양종희호 KB금융은 올해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양 회장은 취임 후 6개 계열사 CEO를 교체하고, 조직개편 및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는데요.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KB금융은 영업을 우선하는 조직 구현을 위해 지주와 계열사의 강점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디지털·AI 분야 등에 대해서는 지주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강화하고, 사업 부문은 계열사 중심의 현장경영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양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은행뿐만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투자운용, WM, 보험, 글로벌' 4대 영역에서도 고객과 시장의 신뢰 또한 한층 높여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양 회장은 KB부코핀은행의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 등 글로벌 도약 과제도 남아있습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기업명가 타이틀을 회복하겠다고 한 데 이어 글로벌 부문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또 올해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특히 임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 한해 그룹의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로 기업금융과 증권업 경쟁력 강화를 꼽았습니다.
우리금융은 현재 온라인 펀드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한국포스증권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가운데 올해 비은행 계열사 확충과 글로벌 부문 강화 등이 남은 과제로 꼽힙니다. 다만 포스증권 실적이 부진한 등 실제 인수를 진행하더라도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도 여전히 충당금이 부담 요인으로 남아있고 ELS 이슈 뿐만 아니라 환전 수수료 무료 정책 등 비이자수익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금리 상황에서 자금 운용 수요도 높지 않아 글로벌 부문을 포함해 수익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