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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 배상기준 빠르면 금주 발표…은행들 대응책 고심
판매사에 선제적 자율배상 촉구
입력 : 2024-03-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금융감독원이 이르면 이번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 판매사 책임분담(배상) 기준안을 내놓습니다. 금감원이 제재 감경을 내걸면서 선제적 자율 배상안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의 고민도 커졌습니다. 은행권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금감원이 불완전판매 조사 결과와 배상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 배상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당국, '제재 감경' 인센티브 제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자들이 지난 1월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ELS 관련 2차 현장검사를 마치고 이르면 이번주 배상안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8일 "내부적으로 책임분담안 초안은 마무리됐고, 부서별로 의견을 구하면서 점검 중"이라며 "3월을 넘기지 않는 시점에서 당국이 가진 방향성을 말씀드려 시장에 대한 예측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원장은 "(판매사들이) 과거 잘못을 상당 부분 시정하고 책임을 인정해 이해관계를 원상복구 한다면 제재나 과징금의 감경요소로 삼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는데요. 이 원장은 지난 달 초에 이어 은행들에 선제적인 자율 배상을 거듭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과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반면 은행들은 DLF 사태와 동일하게 접근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2019년 DLF 사태에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자율배상을 결정한 투자자는 각각 1200여 명과 1300명 수준으로 3000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이번 H지수 ELS의 은행권 판매잔액은 15조9000억원으로 계좌 수만 24만8000개가 넘기 때문입니다.
 
은행권은 선제적 배상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은행이 선제적 배상안을 마련할 경우 불완전판매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않을 전망입니다. A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금감원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은행이 섣불리 움직이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은행권은 또 이번 홍콩ELS의 경우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과거 DLF 사태 때와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입니다.B은행 관계자는 "과거 DLF의 경우 펀드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었지만 ELS는 상당히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상품이었다"며 "불완전판매는 건별로 봐야할 문제이지 일률적, 선제적으로 배상안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주들에 대한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C은행 관계자는 "금융사는 개인 기업이 아니라 주주가 있는 상장회사다보니 문제가 확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비용을 사용할 경우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는 등 쉬운 결정은 아니다"며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분조위 등 정식 절차 밟을 듯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감원이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배상안을 마련하더라도 이후 분쟁조정 절차를 걸친 후 구체적인 배상 비율이 정해질 전망입니다. 통상 금감원은 분쟁 조정 민원이 접수되면 해당 사안에 대한 사실 조사를 거친 후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이를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회부합니다. 분조위는 민원인과 금융회사가 조속히 자율조정에 따라 합의할 수 있도록 불완전판매 유형별로 책임분담 비율 등을 결정합니다. 금융사는 이를 바탕으로 최종 배상에 착수합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DLF때 처럼 분조위를 개최하고 대표사례에 대한 배상 기준을 만들고 자율 배상기준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은행권에서 배상기준안을 수용하느냐 여부가 중요한데, 과거 경험을 보면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대표는 "DLF 이후 ELS 판매를 금지시킨 후 조건부로 허용했는데 또 불완전 판매 이슈가 불거진 만큼 이에 대한 가중처벌 차원에서 배상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국이 배상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경우 은행들이 이를 수용할지도 관건입니다. 이와 관련 D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배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는데 은행권에서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하기는 현재 금융시스템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감원은 과거 DLF 분쟁조정에서 은행들의 과도한 수익추구,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 등이 대규모 불완전판매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며 배상비율에 산정했는데요. 특히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고령(79세)의 치매환자에게 DLF와 같은 초고위험상품을 불완전판매한 행위에 대해서는 은행에 엄정한 책임을 물어 배상비율 80%를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신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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