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지도 벌써 1년이 됐는데요. 다사다난한 해를 보내며 정신 없이 달려온 와중에도 디지털 전략에 올인하면서 성과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플랫폼을 통한 비금융 수익성 확보는 시간과 비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문인데요. 진 회장은 은행장 시절부터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올해 경영 슬로건으로 '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을 내건 만큼 수익과 고객을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자·비이자이익 동반성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사진=신한금융)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회장은 이달 23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합니다. 진 회장의 첫 성적표인 지난해 신한금융 실적을 보면 연결기준 순이익은 4조3680억원으로 전년보다 6.4% 감소했습니다. 10년 만의 첫 순익 감소인데요.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전년 대비 늘었지만 상생금융 비용과 대손충당금 부담으로 실적이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한금융의 연간 이자이익은 2022년 5조6442억원에서 지난해 5조8953억원으로 2512억원(4.5%) 증가했습니다. 비이자이익도 3조4295억원으로 전년(2조2708억원) 대비 1조1587억원(51%) 늘었습니다.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이 늘어난 점이 실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신한금융의 연간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022년 1조3179억원에서 지난해 2조2512억원으로 9333억원(70.8%) 늘었습니다. 상생금융 비용 역시 지난해 4분기에만 3000억원 가까이 발생했습니다. 비은행 부문 실적이 실적을 가른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주요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대규모 상생금융 비용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이 늘었지만 카드·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은 악화했습니다.
고객중심 철학 거듭 강조
다만 다소 부진한 성적의 배경에는 무리한 실적 끌어올리기를 하지 않겠다는 진 회장의 경영 철학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진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줄곧 '고객중심' 경영을 강조했습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고객중심은 신한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자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 키워드"라며 "규모와 성과에만 몰두한다면 '고객'이라는 본질을 놓칠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진 회장은 이같은 메시지를 거듭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열린 새해 경영포럼에서도 신한금융은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 '리스크관리'를 내세웠는데요. 또 같은 달 진 회장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등 금융권의 사건·사고 예방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고객중심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고객 입장에서 사회적 흐름 읽는 것이 금융사고 예방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고객중심을 기조로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신한금융의 11개 부문을 △전략 △재무 △운영 △소비자보호 4개 부문으로 통합하고 부문 내에는 파트 조직을 신설했습니다. 기존의 상생금융기획실과 사회공헌부를 통합해 격상시킨 '상생금융부'를 신설하고 상생금융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는데, 각 영업그룹에도 자체적인 내부통제 기능을 부여해 현장에서부터 더욱 촘촘한 내부통제가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통합 앱 '신한 슈퍼쏠' 구축
진 회장은 디지털 혁신도 강조하고 있는데요. 진 회장 취임 이후 신한금융은 디지털 부문 강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신한금융은 주요 5개 그룹사 금융앱의 핵심 기능을 한데 모은 슈퍼앱 '신한 슈퍼쏠(SOL)'을 출시하며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슈퍼쏠로 그룹사 간 다양한 금융 서비스의 연계 및 확장을 통해 통합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 앱 고도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은 슈퍼쏠을 종합 생활금융플랫폼으로 도약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신한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대환대출을 비롯한 예금중개서비스 등에도 은행권 유일하게 플랫폼 차원에서 참여했는데요. 실제로 신한 슈퍼쏠은 자사 뿐만 아니라 타행 금융 상품도 추천해주고 있습니다. 자사 상품만 추천하기보다 고객에게 알맞은 맞춤형 상품을 제공해야 결국 신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상생금융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상생 배달앱 '땡겨요'도 신한의 비금융 핵심 사업입니다. 땡겨요는 '너도살고 나도사는 우리동네 배달앱'을 슬로건으로 내걸며 진 회장이 신한은행장 시절 기획부터 출시까지 공을 들였는데요. 수익보다는 상생금융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평소 금융의 '선한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진 회장의 철학이 담긴 서비스입니다.
땡겨요는 신한은행이 지난 2020년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이후 본격화했습니다. 2022년 서울시와 광진구 두 곳 뿐이었던 협약 지자체는 지난해 구로구, 용산구, 서초구, 은평구, 김포시, 충청북도, 인천시, 세종시, 전라남도 등 11곳으로 확대됐습니다. 기존 배달플랫폼이 가맹점에 평균 7~8%대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과 달리 땡겨요는 2% 수준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해 소상공인의 부담을 최소화했습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진 회장 취임 이후 재무적 성과보다는 고객 중심을 목표로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 강화 등 질적 성장을 주요 목표로 하겠다고 대내외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며 " 2년차 임기를 맞이해 관련 기조는 전과 같이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신한금융그룹. (사진=신한금융)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