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CJ(001040) ENM이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로
2020년
‘기생충
’ 영광에 다시 한 번 도전합니다
. ‘패스트 라이브즈
’는 지난
1일 기준 전 세계 영화상
217개 부문 노미네이트와
76개 상을 수상하며
2024년 글로벌 영화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영화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오는
11일 열리는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
오스카상 수상 여부에 CJ ENM(035760)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오스카상 수상이 확정되면 지난 2년간 암흑기를 보냈던 구창근 체제의 그늘 보단 새로운 도약의 밑그림이 그려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실제 관객의 눈으로”
CJ ENM은 ‘패스트 라이브즈’ 공동 투자 배급사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CJ ENM은 ‘패스트 라이브즈’ 아시아 배급과 국내 촬영 프로덕션 진행을 맡았습니다. 메인 투자 배급사는 미국의 독립영화 전문 투자 배급 A24입니다. A24는 ‘’패스트 라이브즈’ 북미 지역 배급과 전 세계 세일즈를 담당합니다.
CJ ENM이 ‘패스트 라이브즈’를 선택한 것 자체가 업계에서는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입니다. 정확한 제작비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패스트 라이브즈’는 국내 영화 제작 기준으로도 결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CJ ENM이 독립영화 투자 배급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작년 한 해 최악의 실적을 거둔 시점에서 올해는 사업적 모멘텀을 가져와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CJ ENM 입장에서 사업 재정립 원년의 첫 글로벌 작품으로 선택한 게 대작 상업 영화가 아닌 ‘패스트 라이브즈’라는 게 사업 전략 변화를 꾀한 것 같다는 반응입니다.
실제로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은 “올해부터 내부적 방향타를 크게 두 가지로 설정했다”면서 “제작비가 큰 콘텐츠의 경우엔 40대 리더들을 중심으로 결정했었다면, 올해부터는 20대 신입사원까지 포함해 실제 관객들의 눈으로 시장 라인업을 구성해 보려 한다”며 방향성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구창근 CJ ENM 대표. 사진=뉴시스
구창근 체제 2년차
매년 연말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거듭해 온 CJ그룹. 하지만 작년에는 해를 넘겨 임원 인사가 미뤄졌고 결국 주주총회 직전인 2월에야 마무리 됐습니다. 교체가 유력해 보였던 구창근 CJ ENM 대표가 유임됐습니다.
2022년 CJ ENM 대표로 취임한 구 대표는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지배구조개편 전문가입니다. 방향성 변화를 증명하듯 CJ ENM은 그해 4월 콘텐츠 제작사업 부문을 담당할 CJENM스튜디오스를 설립했고 그 산하에 본팩토리, 제이케이필름, 블라드스튜디오, 엠메이커스, 모호필름, 용필름, 만화가족, 에그이즈커밍 등 8개 제작회사를 흡수합병한다고 같은 해 10월 밝혔습니다. 제이케이필름은 ‘해운대’ ‘국제시장’ 등을 만들었고, 모호필름은 ‘친절한 금자씨’ ‘박쥐’ ‘설국열차’, 용필름은 ‘독전’ 등을 만든 충무로 히트메이커 제작사들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구창근 시험대
실제로 CJ ENM은 최근 2년 동안 영화 사업에서 추락을 거듭했습니다. 작년 한 해 투자 배급을 담당한 한국영화 5편 가운데 단 한 편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유의미한 흥행 성적 낸 투자 배급 영화는 2022년 추석 시즌 홀로 개봉한 ‘공조2: 인터내셔날’이 유일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구창근 대표 체제로 움직여진 CJ ENM 영화 사업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실패”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은 “코로나 이전 기획된 작품이 시장 트렌드 변화 이후 개봉하면서 외면 받은 듯하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2년의 암흑기를 보낸 만큼 이번 패스트 라이브즈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데요. 고경범 부장은 “북미 시장에서 영화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우리로선 아시아 정서를 담은 이 영화의 성공 가능성을 바라봤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기생충의 영광을 만들어낸 이미경 부회장이 총괄프로듀서를 맡은 점도 주목되는데요. 업계 관계자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계 신인 여성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과 아카데미 역사상 데뷔작으로 여성 감독이 작품상 후보에 오른 세 번째 경우이자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서는 첫 번째 기록"이라며 수상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일주일 남았습니다. ‘패스트 라이브즈’ 수상 여부에 따라 CJ ENM의 기생충 영광 재현과 지난 2년간 암흑기를 뒤로 하고 구창근 체제 하에 새로운 청사진이 그려질 것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