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3월27일 데뷔를 선언한 걸그룹 ‘유니스’를 두고 뒷말이 많습니다. 70일 만에 초스피드로 데뷔하는 유례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걸그룹 '유니스'. 사진=F&F엔터테인먼트
화제성도, 전문성도 ‘제로’
최근 포털사이트를 통해 소개된 보도를 보면 ‘5세대 걸그룹’ 대표 주자 중 한 팀으로 유니스가 거론됩니다. 유니스와 함께 ‘5세대’로 분류되는 신인 걸그룹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 ‘아일릿’ YG엔터의 차세대 블릭핑크로 불리는 ‘베이비 몬스터’, 브레이브걸스를 만들어 낸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의 ‘캔디샵’ 등입니다.
걸그룹 세대 분류는 데뷔 시기가 기준입니다. 기준만 놓고 본다면 유니스를 5세대 걸그룹으로 분류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가요계 관계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한 홍보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유니스를 아일릿, 베이비몬스터 등과 같은 5세대 걸그룹이라고 홍보하는 기사를 많이 봤다”면서 “이 시기에 데뷔하는 중소 매니지먼트 회사 걸그룹이 셀 수도 없이 많은데 유니스가 국내 메이저 K팝 회사 소속 아티스트와 함께 거론되는 게 의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평가는 유니스의 탄생 배경에 기인합니다
. 패션기업
F&F(383220)가 엔터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설립한
F&F엔터는 작년
100억원대 투자로
SBS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티켓
’을 선보입니다
. ‘유니버스 티켓
’은
0%대 시청률을 기록하다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8인을 최종 선발합니다
. 이들이 유니스입니다
.
화제성도 전무했지만 전문성에서도 큰 기대가 없다는 평가인데요. 프로그램 종료일인 1월 17일 이후 70일 만에 이뤄지는 데뷔이기 때문입니다. 대형 엔터사 관계자는 “먼저 팀 컬러와 아이덴티티, 타깃 설정 여기에 팀에 대한 중장기 스토리 전략 등을 구성하고 그에 따른 멤버들을 선발해야 한다”며 “선발된 멤버들이 한 명의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선 많은 시간 트레이닝을 거쳐야 하고, 트레이닝 후엔 데뷔곡 세팅과 안무 연습, 이미지 세팅과 뮤직비디오 제작까지 최소 5년이란 시간을 투자해야 시장에서 소비될 수 있는 IP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멤버가 선발된다 하더라도 방송 기간을 제외하고 극단적으로 짧게 잡아도 데뷔까지 2~3년의 시간은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좌)김창수 F&F 대표이사 (우) 최재우 F&F엔터 대표. 사진=F&F
F&F엔터의 시스템과 노하우 ‘의구심’
실제로 같은 시기 데뷔를 앞둔 베이비몬스터와 비교하면 유니스의 준비기간은 무색할 정도입니다. 유니스처럼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베이비몬스터. 베이비몬스터는 YG엔터가 무려 4년 간의 시간을 투자해 선발한 7명의 멤버로 구성돼 있습니다.
YG엔터는 자체 오디션 시스템을 통해 매달 월말마다 냉혹한 평가를 받습니다. 월말 평가를 통해 YG엔터 특유의 컬러와 곡-안무 소화력, 랩 실력 등을 평가받으며 보완할 점을 찾고 탈락할 멤버를 선발합니다. 베이비몬스터는 이런 시스템 속에서 4년 동안 검증을 거친 멤버들로 구성됐습니다.
반면 유니스는 초고속 데뷔를 함에도 멤버 실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입니다. 물론 멤버 한 명 한 명의 경력이 전무한 것은 아닙니다. 유니스 멤버 중 진현주는 2020년 데뷔한 7인조 걸그룹 ‘시그니처’ 멤버였고, 일본인 멤버 나나는 2022년 5월 FNC엔터 재팬 소속으로 데뷔한 걸그룹 ‘프리킬’ 멤버였습니다. 오윤아는 ‘스타온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이었고, 임서원은 TV조선의 ‘미스트롯2’와 뮤지컬 등에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팀으로 활동하는 만큼 팀 전체의 일관된 색깔이 입혀질 시간이 부족한 점, 멤버별 역량 차이를 좁혀줄 연습 시간이 부족한 점 등은 여전히 유니스의 핸디캡으로 지목됩니다.
소속사 매니지먼트 측면 역시 유니스는 다른 5세대 걸그룹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신생 엔터사인 F&F엔터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걸그룹이기 때문인데요. 업계 관계자는 데뷔를 앞두고 있는 아일릿(하이브 레이블 빌리프 소속)을 거론하며 “하이브엔 SM 출신으로 국내 걸그룹 디렉팅 1인자로 불리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있다”며 “뉴진스라는 글로벌 메가히트 IP를 탄생시킨 경험은 산하 레이블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베이비몬스터의 YG엔터도 2NE1과 블랙핑크를 만들어낸 시스템과 시장 분석력, 걸그룹 디렉팅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F&F엔터에는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의문점을 드러냈습니다.
사실 유니스 소속사 F&F엔터 최재우 대표는 음원 유통 전문가였습니다. 여기에 이영준 배우 매니지먼트 부문장, 신동길 가수 매니지먼트 부문장이 합류하며 F&F엔터 리더십이 완성됐지만 아이돌 아티스트 전문 디렉팅 담당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기존 걸그룹 데뷔 방정식을 모두 무시한 채 앞만 보고 달리는 유니스가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그에 따른 후폭풍은 어디를 향할지 궁금해집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