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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DLF 'CEO 징계' 소송 상고 고심
'대법원 징계 무효' 같은 사례 있어
입력 : 2024-03-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징계 취소 소송과 관련해 상고 여부를 고심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미 같은 사유로 대법원의 징계 무효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고를 강행하는 것이 실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감원, 14일까지 상고 여부 결정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4일까지 함 회장의 징계 취소 소송과 관련해 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DLF 불완전 판매 논란으로 중징계를 받은 함 회장은 지난달 29일 금융당국을 상대로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주 내 DLF 소송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법리적으로 여러 가지 면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있다.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내부에서는 상고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같은 사안으로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확정을 받았던 사례 때문입니다.
 
손 전 회장의 경우 우리은행의 DLF 불완전판매 사건과 관련해 금융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근거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통보받은 것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한 손 전 회장은 마지막 3심에서까지 승소하며 최종 징계 무효 판정을 받았는데요.
 
금감원 한 관계자는 "손 전 회장의 징계 취소 소송에서 금감원이 1심, 2심까지 잇달아 패소했는데 당시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정부의 소송을 이어받는 것이 맞느냐의 고민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함 회장 소송과 관련해서도) 같은 사안으로 대법원의 징계 무효 사례가 있는데 상고에 나서는 게 실리가 있느냐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14일까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징계 취소 소송과 관련해 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모습. (사진=뉴시스)
 
함 회장 또한 손 전 회장과 같은 사안으로 DLF 관련 징계 취소 여부를 다퉈왔습니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하는 과정에서 당시 하나은행장이던 함영주 회장이 관리·감독을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중징계 수준인 '문책경고' 처분을 내린 바 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10개 가운데 7개를 위반했다는 당국의 중징계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며 금감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함 회장 및 하나은행이 위반했다고 판단된 7개 항목 중 2개만 인정할 수 있다며 1심 판결을 뒤엎고 함 회장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기계적 상고 실리 있나" 회의론 
 
특히 2심 재판부는 "(함 회장의 경우)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자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려워 보인다"며 "마련 의무 위반보다는 내부통제 기준 준수 의무 위반으로 봐야 하는 사유로 판단된다"고 밝혔는데요. 손 전 회장의 대법원 최종심에서 재판부가 밝힌 원심 확정 사유와 사실상 동일한 내용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같은 사안으로 대법원의 판결이 한 차례 나온 만큼, 당국이 최종심까지 끌고 가더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고 말했습니다.
 
무리하게 법적 다툼을 진행하기보다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후속 조치를 금융위원회와 함께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내부통제가 매번 문제가 되자 금융당국도 관련 규정을 손질했는데요. 금융위는 지난 13일 개정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맞춰 시행령 및 감독규정(고시) 새로 예고했습니다. 금융회사 임원들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각 금융사가 작성해 금융당국에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당국과 업계 간 CEO 징계 소송 전례를 보면 금감원은 대법원 상고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 DLF 사태 등 굵직한 금융사고가 벌어진 이후 금감원은 최고경영자(CEO)의 내부통제 관리 부실을 문제 삼고 중징계를 내렸는데요. 최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까지 벌어진 가운데 금감원이 상고를 포기하면 금융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함 회장과 별개로 하나은행에 대해서는 당국의 제재 처분이 합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나은행의 검사방해 행위를 전부 인정하지 않았던 1심 법원과 달리 하나은행의 불완전판매 자체 점검자료 삭제, 금융사고 미보고 등에 대해 금감원의 검사 업무에 지장을 줬다고 본 것입니다. 당국 입장에서는 일부 패소인 만큼 대법원에서 다시 다퉈볼 만한 사안을 검토 중인데요. 당국 관계자는 "함 회장에 대해 상고를 포기하면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섣불리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20년 1월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DLF 제재 관련 우리·하나은행 규탄 및 은행 경영진 해임 요청 기자회견'에서 DLF피해자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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