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농협 사태엔 바뀌지 않는 농협 문화가 깔려있다
입력 : 2024-03-14 오전 9:08:59
한달 새 두 대형 시중은행에서 100억원대 배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NH농협은행의 109억원대 부당대출 사고에 이어 KB국민은행 역시 같은 건으로 100억원대 사고발생, 금융감독원이 수시검사에 착수했습니다.
 
금감원은 NH농협은행 배임 건의 경우 은행 외 금융지주, NH투자증권까지 전방위로 넓혀서 검사를 시작했는데요.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배임사고뿐 아니라 금융지주의 전반적인 지배구조까지 들여다보기 위해서입니다.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농협중앙회 역시 책임의 소지가 있지만, 감독원 관계자에 따르면 관리감독청이 농림축산식품부인 탓에 중앙회를 낱낱이 볼 수는 없다고 합니다. 농협계 금융사를 통해 역추적한다는 뜻입니다.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 회장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취임식에서 농협 비전 선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은 현재 농협중앙회의 과도한 인사 개입이나 금융사고 유발 등 취약한 지배구조, 농협 내 문화적 성격 등을 주목하고 있는데요. 그중 '문화'가 언급됐다는 것이 특이합니다.
 
정계, 혹은 금융계 관계자들을 만나 '농협' 얘기를 하다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카르텔'입니다. '그들만의 리그', 여기엔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요.
 
농협중앙회 및 농협 산하 계열사 뒤엔 전국 206만명 농협 조합원이 자리하고 있어서일까요? 조합원들의 표와 자본을 의식, 콧대 높다던 지역 국회의원들도 농협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 "한 번 자리만 잘 박히면 편안하게 정년까지는 간다.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에 금융계의 '철밥통, 공무원'으로 불리기도 하죠.
 
금융계에서 만난 A 고위직 관계자는 "솔직히 농협은 카르텔과 같다. 지역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조직엔 농협이 자리한다"며 "바쁘다는 의원들도 농협인들이 자리에 초대하면 거진 다 참석하려고 애를 쓴다. 웃으면서 달려간다"고 말했습니다. 정치계에서 만난 B 관계자는 "지난 중앙회장 연임이 걸려있는 농협법 개정안 당시, 농협 대관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무위 의원실을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아냐"며 "찬성한 의원들 중에서도 본심은 '연임법이 정말 필요하면 다음 회장부터 하면 되는것 아니냐'라는 마음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지난해 지인 소개로 알게된 농협 계열사 C 직원은 이런 얘기도 했는데요. 그는 "우리 회사에서 횡령이 나도 본인이 말 안하면 모를 것 같다"며 "우리 팀 경우는 막내와 그 위는 8~9년차 차이가 나 가까워지기도 힘든데, 소위 '까라면 까는 문화', 무엇보다 농협 내 끈끈한 문화가 윗선을 절대 거스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농협 내 끈끈한 문화, 수직적인 문화가 절대 아래에서 위를 넘볼 수 없고, 묵인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횡령 등이 나도 알 사람도 없다는 겁니다. 알아도 묵인한다는 일종의 농담이었죠. 실없는 농담에 뼈를 목도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11일 갓 취임한 강호동 신임 중앙회장이 만들어 갈 문화, 농협중앙회의 발걸음에 눈이 쏠리는 겁니다. 금융당국이 이번 NH증권 검사에서 농협중앙회를 같이 건 데에는 대표이사 선임에 중앙회의 입김이 닿았다는 의혹 때문인데요.
 
NH증권은 최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윤병운 투자은행(IB) 사업부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내정했습니다. 강호동 중앙회장은 계열사 단합을 내세워 농협출신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밀었고,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금융맨인 윤 부사장 선임을 고수했는데요. 금융계에 따르면 입김은 관례적인 상황으로, 갈등에서 중앙회가 한 발 뒤로 물러서며 상황이 정리됐다고 합니다. 
 
한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기자가 해당 상황에 대해 질문하자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말을 딱 자르며 "농협은 협동조합이고 농업인들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상황이 소외돼 있는 것을 지원하는게 주 목적이다. 금융지주가 메인은 아니고 지원을 위한 수익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못박았는데요. '저희가 모르는데 어떻게 답변을 드리냐'는 말에 대한 책임이 잘 져지길 바랍니다. 
유근윤 기자
SNS 계정 : 메일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