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계기로 은행권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습니다. PB(개인자산관리서비스) 특화 점포 확대, 전문가 영입 등을 추진하며 자산관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은행들, 자산관리 브랜드 강화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최근 자산관리 전문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PB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현장 PB 전문인력을 양성하되 불건전영업행위에 있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4대은행 전경. (사진=각 사 제공)
우리은행은 자산관리 특화 영업점 브랜드 투체어스W 확장에 나섰습니다. 투체어스W는 검증된 PB 지점장을 고객 접점에 전진적으로 배치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서울 대치동과 청담동을 시작으로 지난달에 해운대 마린시티에 투체어스 W 부산을 개점했습니다. 2026년까지 서울 반포, 강북과 대전, 대구, 광주 등 전국 주요 거점에 20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신한은행은 올해 WM 전략 방향성에 대해 '고객몰입'을 키워드로 제시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조직개편에서 내부통제 부문을 강화하며 신뢰 회복을 꾀하고 있습니다. 고객자산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고객 자산 심사·감리·사후관리 등 고객자산 관련 ‘3선 조직’에 해당하는 부서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내규 개정을 통해 준법감시인의 자격요건을 강화했습니다.
하나은행은 지난 1월 여의도PB 센터지점에 '연금 더 라운지'를 열었는데요. 연금 더 라운지는 퇴직연금 1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손님을 대상으로 연금상품 운용 내역을 진단하고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연금관리 컨설팅 등 안정적 노후 준비를 위해 마련된 전문 상담센터입니다. 지난해에만 연금 더 라운지를 전국 5개 영업점 내에 오픈하고 초고액자산가 대상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KB골든라이프센터'를 운영하며 자산관리 상담을 비롯해 개인·퇴직연금과 세무관리 등 종합 자산 관리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자산관리 특화센터를 더 확대할 계획입니다. 올해 서울 반포동과 도곡동에 'KB골드 앤 와이즈 더 퍼스트' PB지점을 추가로 엽니다.
2022년 8월 선보인 더 퍼스트는 자산 3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 자산관리 센터를 표방합니다. 자산관리 영업체계를 구축하고 IB 연계형 투자일임 등 특화 상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출범 1년 4개월여 만에 센터 관리 자산이 출범 초기보다 136% 성장하는 등 자산관리 서비스 저변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비이자이익 확대 시급"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예고되면서 은행권은 비이자이익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요.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지적하면서 비이자이익을 늘릴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이자이익의 핵심은 예금 외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것입니다. 펀드나 ELS 등 파생상품을 판매한 수수료를 실적에 반영하는 등 비이자이익에 열을 올린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은행권이 최근 개인 자산관리에 집중하고 브랜딩을 강화하는 이유입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도 최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 산업을 포함해서 금융업은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며 은행의 미래로 자산관리를 지목했습니다.
문제는 최근 불거진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사태처럼 은행권 자산관리 신뢰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겁니다. 때문에 은행권은 자산관리 브랜딩을 강화하는 한편 내부통제 및 제도를 개선하면서 신뢰 회복에도 힘쓰는 모습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권 비이자이익은 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3조5000억원)대비 68%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중 신탁관련이익은 1조3000억원으로 전년(1조1000억원)보다 11.1% 늘었습니다.
4대은행 당기순이익 대비 비이자이익 비중. (그래픽=뉴스토마토)
은행별 공시자료를 살펴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지난해 말 비이자이익으로 3조1448억원을 벌어들였습니다. KB국민은행이 1조168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이 8708억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어 우리은행 6740억원, 신한은행 4317억원 순입니다.
당기순이익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국민은행이 35.8%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우리은행 26.6%, 하나은행 25.0%입니다. 신한은행은 14.0%로 가장 낮았습니다.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을수록 예대마진에 따른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