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공공 보증 완화가 대출 규모를 끌어올리면서 갭투자 및 전세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실제로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간 161조원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전세제도 관련 실태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2008~2023년 10월까지 국내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 현황을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분석 결과 2008년 3000억원이었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해 10월 161조4000억원으로 폭증했습니다. 특히 2016년부터 2021년 사이에 126조원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갭투자 또는 갭투기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2010년경 무렵 집값은 하락한 반면 전세대출에 대한 지원은 확대돼 전세가율이 높은 주택이 많았다"며 "이런 주택을 적은 자본으로 사들이는 갭투기는 점차로 활성화됐다"고 말했습니다.
전세자금대출은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불어났습니다. 심상정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총 전세자금대출 공급액은 286조6000억원입니다. 이 중 수도권에만 전세대출 공급액의 79%, 226조3000억원이 집중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서울시 120조2000억원(42%), 경기도 87조7000억원(31%), 인천시 18조4000억원(6%) 순으로 지역별 공급액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178조5000억원(62%)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다세대·다가구 52조2000억원(18%), 오피스텔 25조5000억원(9%), 연립·단독주택 11조2000억원(4%), 기타 19조1000억원(7%)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별 전세대출 공급액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연령대별로는 30대가 129조7000억원(45%)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40대 63조8000원(22%), 20대 이하 56조1000억원(20%), 60대 이상 9조6000억원(3%), 50대 27조3000억원(10%) 순입니다. 특히 이 중 사회경험이 적고 부동산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부족한 20, 30대가 전체 대출의 과반이 넘는 65%(185조7000억원)를 차지했습니다. 경실련은 "이러한 현상은 전세사기 피해자 상당수가 20, 30대로 나타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경실련은 전세자금대출이 확대된 요인으로 주금공 전세자금보증을 지목했습니다. 전세자금보증이란 전세자금 대출 시 은행의 요청에 따라 주금공이 보증을 해주는 상품으로, 개인은 훨씬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실련은 "2004년 주금공이 설립된 이래 보증한도와 보증금 요건, 소득요건 등이 꾸준히 완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경실련은 2008년부터 2023년 9월까지 주금공 전세자금보증 공급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현 정부의 연평균 공급액이 47조4000억원(64만건)으로 금액과 건수 모두 가장 많았으며, 건당 금액도 7400만원으로 가장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조정은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전세제도의 위험이 최대한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것을 공공이 차단·흡수해 관리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대학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청년들에게 전세대출이 주거복지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시장에서는 보증 및 대출한도만큼 전세가를 끌어올리고, 연쇄적으로 매매가도 동반 상승한 영향이 있다"며 "임차목적물에 맞는 대출이 이뤄져야 하고 전세에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전세대출 실태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