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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싫어요"
입력 : 2024-03-27 오전 11:25:45
결혼정보회사를 이용 중인 30대 초반 여성 A씨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매칭 매니저가 중소기업 다니는 남성을 소개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 남성은 A씨 또래로 외모도 나름 준수한 편이었지만 중소기업 재직자로 A씨보다 소득 수준이 낮습니다. A씨는 연봉이 적은 남성을 결혼 상대로 추천한 결정사가 원망스럽습니다. 매니저에게 전화해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았다고 합니다. "중소기업은 안. 만.난.다" 고요.
 
30대 중반 남성 B씨는 지방에서 나고 자라 집 근처 국립대를 졸업했습니다. 그는 서울로 올라와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몇년간 고배를 마시다 결국 작년에 경기도에 있는 중소기업에 취직했습니다. 최저임금을 겨우 맞춘 수준의 월급에 기타 복지도 탐탁지 않으나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부모님의 성화에 얼마 전 결정사에 가입했지만 번번이 이성들에게 퇴짜를 맞으니 별다른 기대는 없습니다. 중소기업 재직자의 서러움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결혼시장에서까지 이토록 '괄시' 받을 줄은 몰랐답니다. B씨는 두 살 터울의 동생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대기업에 가라"고 당부합니다.
 
청년취업설명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업체 부스에서 전형 일정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주변을 보면 B씨처럼 지방에서 상경해 대기업 입사를 꿈꾸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 특히 지방 소재 작은 회사들은 인력 수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데요.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주된 이유로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 즉 '낮은 소득'을 꼽았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취업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청년의 55.3%가 그 이유로 '낮은 연봉 수준'을 들었습니다. 실제로 국내 근로자 81%가 중소기업 종사자인데 그들의 임금은 대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22년 기준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 월 소득이 중소기업 근로자보다 2.07배 높았습니다.
 
우리 청년들의 눈을 중소기업으로 돌리려면 꼭 대기업만 고집하지 않아도, 중소기업에 다녀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지 않을까요? 중소기업 다니면 십중팔구가 박봉에 시달리고 결혼과 출산은 엄두도 못 내는데,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만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인지하고는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허리라며 중기부를 포함한 관계부처에서 정기적으로 중소기업 지원책을 발표하는 것은 흔한 풍경입니다. 
 
'중소기업 살려야 한다'는 정부의 목소리가 한낱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지 정부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할 때입니다.
 
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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