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김한결 기자) 태국 방콕 시내는 출퇴근 시간에 관계없이 교통 체증이 심각합니다.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은 그리 멀지 않은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탔지만 약속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요. 택시 호출 서비스 '그랩'에 신용카드를 미리 등록해 놓지 않았다면 일반 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현금을 꼭 지참해야 합니다. 신용카드 단말기를 구비한 택시도 보기 힘들었는데요. 그만큼 태국이 현금 없이 다니기는 힘든 나라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현금 선호도 아세안 국가 상위권
아세안 국가들은 최근 디지털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태국도 '디지털 타일랜드(Digital Thailand)' 정책을 내세운 바 있습니다. 금융 인프라를 확대해 디지털 지급을 늘리겠다는 시도지만 태국은 아직 현금 사용이 많습니다. 비자(Visa)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선호하는 지급 수단 중 현금 선도를 보면 태국은 44%에 달합니다. 싱가포르(15%), 인도네시아(28%)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태국 방콕에선 현금 결제가 대다수다. QR페이도 활성화 돼 있는 편이다. 사진은 방콕 지상철(BTS) 승차권을 구매하기 위해 QR페이를 이용하는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사진=뉴스토마토)
취재팀은 이동 시 택시 대신 지상철인 BTS를 자주 이용했는데요. BTS 승차권을 구매할 때도 현금이 필요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처럼 QR페이가 활성화 돼있었단 점입니다. 승차권 구입기가 별도로 마련돼 있는 것을 보니 설치한 지 오래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길거리 노점상에서도 QR코드를 붙여놓은 종이를 간간이 볼 수 있었습니다.
길태준 카시콘은행 팀장(한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코로나 때 대면 결제를 피하다 보니 QR페이가 단시간에 보편화한 것"이라며 "한국은 직불카드, 신용카드, QR페이 순으로 넘어갔지만 태국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상당히 낮고 바로 QR페이로 넘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글로벌 결제 서비스 GLN을 이용하면 QR페이로 쉽게 결제할 수 있는데요.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 즉 GLN은 하나은행의 핀테크 자회사입니다. 지난 2021년에 출범한 GLN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QR코드를 스캔하면 충전한 금액에서 결제가 가능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GLN을 이용해 QR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토스 앱에서 GLN 결제를 이용하는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사진=뉴스토마토)
지하철 등 대중교통 컨택리스 지원
현재 GLN과 제휴를 맺은 금융 앱은 하나은행 앱인 하나원큐, 하나머니입니다. 타사 앱으론 토스뱅크, KB뱅크, 카카오페이 등이 있습니다. 해당 앱에서 본인 인증 과정을 거치면 GLN 화면으로 전환됩니다. 취재팀도 GLN 연결계좌에 현금을 충전해놨고, 현지에서 부족할 때마다 틈틈이 금액을 충전했습니다.
금융앱 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곳은 토스입니다. 취재팀도 토스 앱를 통해 GLN을 이용했는데요. 토스에 따르면 지난해 2월 GLN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누적 가입자는 이번달 기준 21만명입니다. 하나은행 계좌 외에 타 은행 계좌에 대해서도 토스 GLN에 등록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카드 결제를 전혀 이용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국내 카드사들이 출시한 트래블로그(하나카드)와 신한SOL트래블카드(신한카드), 그리고 트래블월렛(핀테크 기업)을 이용해 봤는데요. 트래블로그의 경우 오프라인 결제 때마다 부과되는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혜택이 있고 GLN 결제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GLN과 트래블월렛의 경우 환전 방법에 차이가 있습니다. GLN은 원화로 충전해 놓고 해당 국가에서 결제하는 순간 환율이 적용되는데요. QR페이 결제를 할 때마다 적용되는 환율이 다릅니다. 트래블월렛은 충전을 할 때 특정 통화로 충전하기 때문에 충전하는 시점의 환율이 적용됩니다. 원·바트 환율의 변동성이 존재할 때 유리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신한SOL 트래블카드와 트래블월렛 카드의 경우 컨택리스 방식의 대중교통 결제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방콕 지하철을 이용할 때 교통카드처럼 지하철 개찰 기기에 터치만 하면 들어갈 수 있어 일회용 승차권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고 카드 이용을 선호하지 않는 국가다 보니 일부 편의점에선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해야만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었습니다. 대형 쇼핑몰이나 대형 마트에서는 삼성페이 결제도 가능했습니다. 물건을 구매한 후 직접 삼성페이로 결제해 보니 국내에서 결제하듯 자연스럽게 처리가 됐습니다.
태국 방콕의 대형 쇼핑몰이나 대형 마트 등에는 카드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페이 결제도 가능하다. 사진은 방콕 한 쇼핑몰에서 삼성페이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방콕=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