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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니까, 닥치니까 안다
입력 : 2024-04-02 오후 8:01:09
다리를 다쳤습니다. 5월에 있는 여기자 풋살대회를 준비하다가 연습경기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습니다. 간단하게 삐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부분인대파열. 2주간은 깁스를 하고 한달정도는 운동을 쉬어야한다고 하더라고요.
 
걸어다닐 수는 있기에, 목발이나 휠체어 사용 없이 다리에 긴 부목(깁스)를 대고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많이 걸어다니면 안된다고 하여 보통 택시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지만, 어쩐지 서울은 택시보다 지하철이 빨라서요. 최대한 9호선에 붐비지 않는 시간대를 맞춰 이동중입니다. 
 
다리를 다치니까 보이는 세상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한 엘레베이터입니다. 평지는 몰라도 계단은 걷기가 무척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려 무조건 엘레베이터를 타야하는데요. 그나마 제가 다니는 곳들은 여의도, 을지로... 등 인파가 많이 몰리는 주요 정차역들이라 어지간한 시설 구비가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을 맞닥뜨렸을 때 정말 어찌할 수가 없어 무척 난감하더라고요.  
 
한 번은 퇴근 후 꾸벅꾸벅 졸다가 역을 놓친 적이 있습니다. 한 다리로 걷느라 몸이 피곤하기도 했고, 퇴근길 인파에 묻혀 어기적 이동하다 눈초리를 받아 너무 피곤했습니다.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지나쳐서 '그래 러시아워도 지났고, 택시를 타자'하고 나왔는데요. 세상에. 지하철에서 개찰구까지 올라가는 엘레베이터가 고장이 났습니다.       
 
그 많은 계단을 꾸역 꾸역 올라갔더니 웬걸, 거기는 또 엘레베이터가 없습니다. 역무원한테 물어보려 하니 역무원도 안보이고, 지하철 역 자체가 굉장히 오래된 곳이라 당장에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출구 4개 중 한군데는 분명 에스컬레이터가 있을 거 같은데 4군데를 다 가보기는... 너무 피곤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한계단씩 걸어 올라가 출구 밖으로 나올 수 있었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걸을 수 있어서 나왔지, 걸을 수 없는 사람들은 이 역을 어떻게 이용할까?' 그러고 나니 예전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취재하러 갔을 때가 기억났습니다.
 
지난 2022년 3월 전장연이 경복궁 역에서 혜화역으로 이동하며 시위를 했을 당시 저 역시, 바로 옆에서 취재를 하고 있었는데요. 영상 찍을 장소를 미리 가기 위해 '어디서 환승을 하실거냐'고 당시 시위 관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해당 관계자는 "엘레베이터로 환승이 가능한 곳이 많이 없어요. 환승 되는 곳이 있어 00역에서 진행할 거예요"라고 답했는데요. 들으면서 '엥? 거기에 엘레베이터로 환승 구간이 연결되는 곳이 있나?' 싶었습니다. 한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다치니까, 내 일로 닥치니까 알겠더라고요. 그런 시설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을요. 지하철역에 노약자를 위한, 장애인을 위한 엘레베이터 꼭, 설치해야 합니다. 더불어 노약자 및 장애인을 위한 시설 증축 및 투자도 활발하게 되길, 그런 사회에 관대해지는 우리를 기대해봅니다. 
유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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