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대 국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21대 국회를 회상하며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습니다. 작년 구본학 쿠쿠전자 대표가 국정감사에 출석한 일입니다. 쿠쿠는 전국에 위치한 주요 대리점을 본사로 직영화시키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절차와 과정, 의견수렴 및 보상이 없이 회사 성장에 기여했던 대리점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구 대표는 '점주협의회 결정을 방해한 적 없다', '사석에서 만나 한 얘기가 와전된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추후 보고하겠다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쪽에서는 본사의 서비스센터 직영화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문제들에 대해 대표로서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바랐지만, 재발방지 방안이나 점주들에 대한 보상안 등 뚜렷한 대책을 도출하지 못했어요. 구 대표의 발언이 위증 의혹을 받았음에도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국정감사장에 등장한 쿠쿠밥솥'이라는 스틸 컷만 남기고 말았지요. 이슈의 중요도가 다른 사안에 비해 떨어졌고, 정쟁에 밀린 탓이라고 했습니다.
밥솥은 집집마다 하나씩 갖고 있는 필수 가전제품 중 하나입니다. 사용빈도가 높은 밥솥 특성상 부품 교체 등 서비스센터 찾을 일이 많아요. 관계자들은 수십 년 동네장사를 해온 대리점을 본사 직영 센터가 대체하면서 독점의 폐해가 생겨날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부품이나 서비스 비용 등이 불합리하게 책정되거나 올라도 소비자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요.
국회는, 세간의 갑질 의혹과 지적들을 도외시하고, 독불장군처럼 사업을 이어가는 쿠쿠를 견제하지 못했습니다. 중소·중견 및 스타트업에 대한 국회 및 언론의 관심은 네이버, 카카오 같은 유명 플랫폼 기업이나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과 사뭇 다릅니다. 첨단 및 혁신산업과 거리가 먼 데다 소소한 소비재를 다루는 일이 많아요. 또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이를 이슈화할 힘이 부족합니다. 대기업에 비해 자본력도 떨어지지요. 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계 이슈가 항상 뒷전으로 밀리는 이유입니다.
22대 국회를 앞두고, 중소기업·벤처스타트업계에는 업계 간 입법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간담회 등을 자주 열어 국회와 소통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들이 처한 영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을 하고, 질서를 흐리는 이들에 대해 견제와 조치를 요청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지난 국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복수의결권주식 같은 결실을 맺었지만 뒷전으로 밀리거나 주목받지 못한 법안이나 이슈가 적지 않습니다. 22대 국회에서는 부디, 이런 일이 없기 바랍니다. 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 이슈가 당장에는 중요하지 않고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 및 국민의 권익을 저해하는 사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이보라 정책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