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면 그 재판은 중단되는가.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두고 일었던 논란이다. 당시 홍 후보는 확정 판결을 받기 전이었다. 이번에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눴다. 이 대표 재판이 다음 대통령 취임 이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이 문제는 당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해선 안 된다. 홍준표와 이재명만 해도 소속 정당이 상이하다. 한동훈 등 다른 대선 주자도 당사자가 될 수 있다. 해당 대통령이 유죄일지 무죄일지, 그에게 불리할지 유리할지도 알 수 없다. 오직 헌법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이 목표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84조).” 소추는 기소만 의미하므로 대통령 취임 전 시작된 재판은 그대로 진행되고, 공직 박탈에 해당하는 형이 확정될 경우 대통령직에서 쫓겨나는 것일까. 아니면 기소되지 않는다는 것은 하던 재판도 중단된다는 뜻이기에, 확정 판결 이전이라면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퇴임하고 나서야 재판이 재개되는 것일까.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헌법의 해당 조문이 짧고 무뚝뚝한 만큼 단정짓기 어려운 일이다. 다만 필자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재판 진행설에 무게를 실어본다.
첫째, 대통령에게 특권을 보장할 때는 신중하고 엄밀해야 한다. 국민주권주의와 법 앞의 평등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헌법은 특수계급제도를 부인한다. 헌법재판소 판결(94헌마246)에 따르면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대통령이 특수 신분임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수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는 것일 뿐이다. 혹자는 이렇게 주장할 것이다. “재판이 진행될 경우 대통령직 수행에 있을 지장은, 기소되어 앞으로 재판을 겪어야 할 경우와 다를 바 없다. 재판 진행은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는 헌법에 어긋난다.” 그러나 대통령 특권은 기본권이나 일반적 권한이 아니다. 어지간하면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고심 끝에 겨우 내주는 것이다. 헌법에 분명히 나타난 것만 인정해야 한다. 쓰는 사람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라. '소추'는 기소만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있는 상태이므로, 불기소와 재판 중단을 한꺼번에 보장하려면 '소추하지 아니한다'라고만 하면 안 되는 일이다.
둘째, 재판 진행보다 재판 중단이 더 위험하다. 헌법 조문 해석에 한계가 따를 때는 무엇이 바람직한지,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판단해야 한다. 재판이 중단되면 당장 국정이 선고 결과에 휘말리는 사태는 막는다. 하지만 이미 드러난 사실이나 새로 제기되는 문제에 따라, 둑이 터져버리듯 더 극심한 갈등과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퇴임 후 무죄가 확정돼도 때는 늦은 것이다. 반대로, 퇴임 후 유죄가 확정된다면 헌정 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솟구칠 것이다. “범죄자가 대통령이 되어 시간을 끌고 처벌을 늦추다니!”
구체적으로 상상해보자. 대통령이 된 피고인과 함께 재판을 받던 또다른 피고인이 있었고, 그의 재판만 분리되어 먼저 진행된 결과 유죄 판결이 확정된다면? 사실심에서 범죄사실이 입증된 피고인이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기 전 대통령에 취임한다면? 기소된 대선 후보가 결백을 호소해 당선되었는데, 취임식 직전 1심이나 2심에서 유죄 선고가 내려지고, 명백한 증거가 인정돼 지지자의 다수마저 경악하고 후회한다면? 대통령 직무집행에 관련한 사안이 아니니 탄핵소추도 불가능하다.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을 때 사회는 어떻게 될까.
김수민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