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저무는 충무로⑤)국내 영화제 예산 ‘급감’···K무비 경쟁력 상실 촉구
영진위 영화제 지원, 작년 50억원대→올해 24억원대로 감소
입력 : 2024-05-14 오후 2:37:3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가 열흘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폐막했습니다. 크고 작은 잡음이 있었지만 일단은 무사히 마무리된 모습인데요.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올해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제 지원 예산을 작년 대비 50% 수준으로 삭감했습니다. 영화제에 대한 국비 지원 삭감은 문화예술 산업에 대한 정부의 방향성을 드러내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위기 단계에 들어선 한국영화계의 경쟁력이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좌)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동안의 전주 일대 거리 풍경 (우)영화제 기간 중 논란의 주인공이 됐던 정준호 전주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사진=뉴시스
 
52억원에서 24억원으로 지원금 감소
 
국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 국제영화제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가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전 세계 상업영화 및 주류 영화의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영화제라면 전주국제영화제는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축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영진위가 영화제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했습니다. 작년까진 40개 영화제에 52억원대 수준 예산을 지원했지만 올해부턴 10개 영화제에 24억원대만을 지원하기로 방침을 바꾼 겁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작년 8억원 수준에서 올해 6억원대로 지원금이 줄었습니다.
 
당장 지원금 축소로 고용 노동력 감소가 눈에 띄었습니다. 현장 지원 인력은 물론 홍보 인력마저 부족해 영화제 모객과 즉각적인 언론 대응에서도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선 올해 43개국 232편을 선보였는데 총 590회차 상영 가운데 381회차가 매진, 매진율이 64.6%로 작년(68.8%) 대비 하락했습니다. 좌석 점유율도 79.2%로 작년의 83.1%에 비해 떨어졌습니다. 영화제 홍보가 그만큼 미진했다는 방증입니다.
 
언론 대응 문제점도 노출했습니다. 영화제에 참석했던 업계 한 관계자는영화제 중반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룸살롱 논란 등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지만 영화제 측 빠른 대응과 해명이 이뤄지지 않았다즉각적 대응만 이뤄졌어도 국제적 망신을 얻을 사안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원금 대상 영화제를 작년 40개에서 올해 10개로 대폭 축소 발표했습니다. 전체 예산도 52억원대에서 24억원대로 절반 가량 줄어들었습니다.
 
‘스크린 독과점과 닮은 지원금 삭감
 
문제는 단순히 고용 인력이 줄어들었단 차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한국영화계 성장 발판이 닫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진짜 문제입니다.
 
영화제 기간 중 열린한국 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영화제 지원금 축소와 스크린 독과점은 어떻게 보면 비슷한 흐름을 갖고 있다면서지원금 대상과 규모를 줄여 지역 영화제를 말살하고 대규모 영화제만 남기겠다는 발상은 돈 되는 영화만 살리고 작은 영화들은 개봉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결이라 한탄했습니다.
 
김채희 부산대학교 영화연구소장도영화제가 사라진다면? 기우(杞憂)와 낙관(樂觀)을 오가는 상상적 대화포럼에서큰 규모 중심 영화와 영화제만 생존하는 것은 건강한 영화 생태계 조성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습니다.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성지가 된 전주국제영화제도 시작은 미비했습니다. 하지만작은 영화제였던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현재의 K무비 대표 감독들과 작품들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류승완 감독의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봉준호 감독의플란다스의 개모두 전주국제영화제 1회 출품작입니다. 장재현 감독(‘검은 사제들’ ‘파묘연출), 안국진 감독(‘댓글부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연출), 손원평 감독(‘침입자연출, 소설아몬드’ 작가)도 모두 전주국제영화제 출신입니다. 앞으로 작은 지역 영화제들이 줄줄이 폐지가 이어지면 제2의 봉준호, 2의 류승완도 데뷔 기회가 사라지게 됩니다
 
한 독립영화계 감독은영화제 지원금 삭감은 문화예술 산업에 대한 현 정부의 방향성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항상 그래왔지만 앞으론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만들겠단 사람이 더 떨어져 나갈 것이다. 다양성을 잃게 될 한국 영화가 향할 길은 자멸 뿐이라 자조했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