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조사 중인 검찰이 지난 1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제3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법조계는 이 대표가 동시에 받게 된 총 4개 사건의 재판 중 이번 대북송금 건의 혐의가 가장 무겁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검찰로선 이 대표가 대북송금을 알고서 최종 승인을 했는지 입증하는 게 이 사건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전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제3자 뇌물수수),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혐의로 이 대표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그룹이 북한에 돈을 보내는 데 깊이 관여했다는 내용의 1심 선고가 내려진 지 5일 만에 기소가 이뤄진 겁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시절, 쌍방울그룹을 통해 스마트팜 사업비 명목으로 북한에 돈을 보낸 것으로 봤습니다. 2019년 1월부터 4월까지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통해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는 겁니다. 대북 사업을 노리던 김 전 회장에게 직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2018년 11월 북한 측으로부터 스마트팜 지원 이행을 독촉받자 쌍방울에 대납을 요구했다고 본 겁니다.
이 대표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1월에도 북한 측이 요구한 도지사 방북 의전비용 300만달러를 쌍방울그룹에 대납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이 대가로 대북사업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과 보증을 약속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외에도 이 대표는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경기도지사와 경제고찰단의 방북을 통한 경제협력 등 사업을 시행한 혐의(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도 위반), 김 전 회장이 대납한 800만달러를 금융제재 대상자인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조선노동당에 각각 지급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도 받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 재판을 심리할 재판부는 공교롭게도 신진우 수원지법 형사11부 부장판사입니다. 이 전 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1심 판결을 내린 바로 그 재판부입니다.
재판부는 지난 7일 이 전 부지사 1심 판결을 통해 쌍방울그룹이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함으로써 경기도가 지원할 것으로 신뢰했다는 것 외에는 다른 사유를 상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도지사 방북비용에 대해서도 "이 전 부지사의 요청에 따라 도지사 방북 비용을 지급한 게 아니라면, 이미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한 상태에서 또다시 위험을 감수하고 300만달러라는 거액을 북한 측에 지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북송금 의혹의 최종 결재권자가 이 대표에게 있다고도 인정했습니다.
다만 신 부장판사는 이 전 부지사가 당시 이 지사에게 '대북송금' 관련 보고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본 사건과 무관하기 때문에 판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이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를 통해 이 대표와 두 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진술한 만큼, 검찰은 이 대표가 대북송금을 알고 최종 승인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가 대북송금을 알았는지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꼽으면서도 다소 엇갈린 입장을 냈습니다. 먼저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결국 검찰은 이 대표가 이 전 부지사와 공범이냐 아니냐 이것만 입증하면 되는 것"이라며 "이 전 부지사 재판에서 사실상 어느 정도 입증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를 통해 이 대표와 통화할 당시, 이 대표에게 대납해 준 것에 대해 '고맙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것으로 진술했는데요. 이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스마트팜 비용 대납 이후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와의 통화를 바꿔줬고 '(내가)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 대표가 자신에게 고맙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을 이 전 부지사와 공모했다는 증거로 보고 있는 것"이라며 "'부지사가 도지사도 모르게 도지사를 위해 돈을 끌어다가 줄리 없다'라고 전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제3자 뇌물수수는 일반적 뇌물수수 보다 입증하기가 어렵다"며 "돈을 받은 조선노동당 사람을 조사할 순 없지만 그렇다면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느냐, 그리고 이를 이 대표가 알고 대북송금에 개입했느냐가 큰 쟁점"이라고 말습니다.
반면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북한 교류협력이라는 게 경기도지사가 독자적으로 북한을 갈 수 있겠는가. 청와대와 조율이 필요하다"며 "당시 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이를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대북송금을 자신이 알고 진행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 대표는 김 전 회장이 북한에 지급한 800만 달러가 경기도와 무관한, 쌍방울 그룹의 독자적인 대북사업 추진 비용이라고 주장하며 쌍방울 대북 송금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