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속도감 있는 사업 진행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3년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 아직 가시적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건축 자재값, 인건비, 금리가 급등하면서 정비사업의 사업성 자체가 떨어지면서 공공성과 사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점점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선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선 서울시가 과도한 공공성을 요구하기보다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부채납이 합리적인 방식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면서 "현재는 조합에 과도한 요구가 가면서 사업 진행이 늦어져 당분간은 큰 호응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신통기획은 주민과 지자체 간 갈등을 줄여줄 수 있는 하나의 지원 대책임에도 서울시는 공공성 부문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면서 "사업성이 안 좋은 단지는 신통기획을 하면서 서울시 간섭까지 들어오니 진척이 더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신통기획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되기 힘든 시기인 데다 시장이 바뀌었을 때 일관성 있는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리스크도 큰 상황이라 서울시가 어느 정도는 양보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신통기획은 공공이 주도하는 '기획 방식'과 기존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놓은 '자문방식'으로 나뉘지만 사실상 재개발은 자문방식을 채택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도 존재합니다.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등 대표조직이 없고 재건축처럼 조합원의 경계가 명확지 않기 때문인데요. 자문 방식으로 진행하려면 도시 계획 업무를 수행할 업체 선정을 위해 돈을 각출해야 하는데, 구역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자금 여력도 낮아 모금도 쉽지 않죠. 이에 각종 준비위원장이 난립하기보다 추진위원회를 조기에 설립해 법적인 정당성과 정통성이 있는 대표가 사업을 이끌어 간다면 주민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존재합니다.
신통기획 사업을 추진하는 이촌동 제1구역(이촌동 203-5번지 일대). (사진=용산구)
인센티브 시스템 개편 등 제도 유연성 높여야
서울시와 조합 간 갈등 해결을 위해선 인센티브 시스템을 개편해 공공기여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는데요.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만일 시가 공공기여를 요구한다고 하면 그에 상응하는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게 좋다"면서 "만약 공공임대주택처럼 조합이 정말 받기 싫어하는 부분이 있으면 현금 기부채납이나 추가적 용적률 제공을 통해 반발감을 무마시킬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신통기획은 민간 사업을 표방하긴 하지만 공공성이 상당 부분 강화돼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결국 공공기여 부문을 축소해 조합원들의 이익분을 높여주는 것이 사업 속도를 낼 수 있는 방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시의 목표나 방향에서 벗어나지는 않되 상업시설 등 주민이 활용할 수 있는 기여 형태로 가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고금리 기조에 따른 사업성 악화도 악재입니다. 근래에는 시공사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대내외적 상황에 봉착하며 조합과 지자체의 의지만으로 밀고 가기 어려워졌는데요. 용적률, 공사비 등을 두고 사업 초기 단계부터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것이지요.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신통기획을 신청하는 곳들 중 상당수가 과거 뉴타운으로 추진하다가 흐지부지됐던 지역들이라 여전히 이견이 큰 지역인 데다 그 사이 비용문제까지 커지니 진행이 쉽지 않다"면서 "지자체의 조정만으로 신통기획을 통해 사업 속도를 내기는 힘든 환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사업성이 좋은 곳은 '신통기획'의 이점을 누리면서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자문방식을 통해 시와 협상력을 높이며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결국 주도권을 잃거나 주체별 입장차이가 이어지며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결국 지속적인 제도 보완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하는데요. 재개발에서는 초기 단계부터 주민 갈등 최소화를 위한 대책이, 재건축에선 공공성과 사업성 간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