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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부지 내 재개발·탈쪽방'으로 거주민 삶의 질 바꾸자"
쪽방촌·빈곤문제 전문가 탁장한 박사…"주민 체감되게 거주환경 바꿔야"
입력 : 2024-06-20 오후 4:23:29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쪽방촌에 관한 문제는 '쪽방촌을 유지해야 한다'는 담론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나 쪽방촌이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는 논리는 주거권 문제의 절반에 불과해요. 쪽방촌 공동체를 살리고 열악한 주거환경을 변화시키는 '쪽방촌 부지 내 공공개발' 등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추가로 탈쪽방 정책과 철저한 사후관리가 거주민들에게 체감될 정도로 진행돼야 합니다."
 
탁장한 박사(사진)는 지난 14일 <뉴스토마토>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쪽방촌 정책은 '부지 내 재개발'을 통해 쪽방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거주민들이 쪽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탈쪽방'을 추진하는 '투트랙'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탁 박사는 쪽방촌 문제와 빈곤 생태계 전문가입니다. 고등학생 시절 연탄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문제에 눈을 떴다고 합니다. 탁박사는 쪽방촌 문제를 연구하고자 서울의 한 쪽방촌에서 실제로 거주하면서 거주민들과 관계를 맺고, 쪽방촌의 내밀한 면을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탁 박사는 사회적 취약계층과 현시대의 가난이 밀집한 쪽방촌을 '서울의 심연'이라고도 표현했습니다.  
 
탁 박사는 한여름이 되면 쪽방촌에서 가장 힘든 건 단연 '살인적인 실내온도'라고 했습니다. 탁박사는 "가장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여름 내내 찜통같이 더워서 '악' 소리를 수도 없이 질렀던 시간들"이라며 " 불면증은 일상이었고, 쿨링포그(안개형 냉방장치)는 없는 것보다야 낫지만, 체감효과가 크지 않아 임시방편에 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탁 박사는 쪽방촌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건 미봉책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건물주, 건물 관리인, 거주민의 관계로 이뤄진 쪽방촌에서 보조금 지원은 거주민에게 직접적 혜택이 적게 돌아가고 쪽방촌문제를 고착화시킨다는 겁니다. 이른바 '빈곤 비즈니스'입니다. 탁 박사는 "쪽방촌은 건물주와 세입자가 공존하다 보니, '세입자만을 따로 떼어 돕는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며 "결국 쪽방촌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저렴한 월세+더위'를 선택하거나 '시원함+높은 월세'를 선택하는, 불완전한 상태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폭염이 되면 쪽방촌 거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지원은 '에어컨 설치'입니다. 탁 박사는 "쪽방 건물 복도에 설치되는 공용 벽걸이형 에어컨은 '설치를 희망하는 건물주'들에 한해서만 지원됐다"면서 "기본적으로 건물주들은 전기요금 문제 때문에 설치를 꺼렸고, 그나마 에어컨을 설치하더라도 쪽방 건물들 자체가 다닥다닥 붙어있기 때문에 에어컨 실외기의 뜨거운 바람이 실내로 들어오는 문제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탁 박사는 쪽방촌에선 건물주(건물 관리인)와 세입자를 돕는 쪽방상담소(사회복지시설) 사이에 다툼도 벌어진다고 했습니다. 탁 박사는 "에어컨의 전기요금 문제가 있어서 건물주를 달래지 않고서는 세입자를 돕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세입자를 돕는 쪽방상담소 입장에선 세입자에게 월세 형태로 전기요금을 부담시키지 말고 에어컨을 설치·가동하자고 건물주들에게 요구하기 때문에 둘이 자주 다툰다"고 했습니다. 
 
탁장한 박사는 쪽방촌 문제를 연구하고자 서울의 한 쪽방촌에서 실제로 거주하면서 주민들과 관계를 맺었다. 탁 박사는 동자동 쪽방촌의 공원에서 오랫동안 피아노를 연주하며 주민들과 교류하기도 했다.(사진=탁장한 박사 제공)
 
탁 박사는 쪽방 내 에어컨 설치와 폭염기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거주환경 개선하려면 쪽방촌 부지 내 공공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쪽방촌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수준이 아니라 쪽방촌을 헐고 1인 가구를 위한 소형 평수의 임대주택을 짓자는 겁니다. 탁 박사는 "임대주택을 통해 거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면서 "동시에 건물주에게 쫓겨나지 않고 오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하고, 공동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탁 박사는 "서울시에서 매년 쪽방 실태조사를 하는데, 이 동네에 계속 거주하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5대 5 수준"이라며 "쪽방이 인생의 종착역이 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쪽방에서의 삶을 원치 않거나, 동자동의 경우 정부의 공공개발 추진 계획 발표 이후 쪽방에 입주해 개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거주민을 위한 '탈쪽방' 및 '사후관리' 정책도 당사자들에게 체감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수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유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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