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2022년 이태원 참사,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올해는 아리셀 참사입니다. 각각의 참사는 발생 원인도, 상황도, 환경도 다릅니다. 다만 같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예방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지난 6월28일 화성시청에 설치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 분향소에서 추모객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의 경우 이미 사고 발생 직전 사람이 너무 많아 통제가 필요하다며 용산구청 등에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오송 참사 때도 사고 당일 홍수경보가 발령됐습니다. 교통 통제가 필요하다는 금강홍수통제소의 주장도 있었습니다.
아리셀 참사는 심지어 과거 비슷한 사례가 여럿 있었습니다. 최근만 하더라도 지난 3월 경북 문경시 공장 화재 당시 소방관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샌드위치 패널이 사고를 키웠다는 겁니다. 샌드위치 패널은 알루미늄 등 합금으로 만든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이나 우레탄을 비롯한 단열재를 채워 만든 건데요. 철판 사이에 단열재가 있어 마치 샌드위치처럼 생겼습니다.
가격이 싸고 시공도 쉬워 물류센터나 공장, 창고 등에서 많이 쓰입니다. 하지만 스티로폼 재질 특성상 불에 타기 쉽다보니 화재에 매우 취약합니다. 또 다량의 유독가스를 발생시킵니다. 단열재가 불에 타면 급격히 녹아내리는 탓에 건물 자체가 붕괴될 위험성이 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비용과 이윤을 이유로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합니다.
참사는 반복되지만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태원 특별법은 이제서야 겨우 통과됐고, 오송 참사와 관련한 법안은 국회 문턱도 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거셉니다.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법안이 모두 지지부진합니다.
‘모든 항공 규정은 피로 쓰였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류는 여러차례 최악의 항공 사고를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갖가지 재발 방지 규정과 안전 수칙을 제정했습니다. 결국 비행기는 사고확률이 가장 낮은 교통수단이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온 말입니다. 우리는 매년 끔찍한 참사를 겪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얼마나 더 많은 피가 흘러야 안전한 세상이 될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