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오는 11월 5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선의 판도가 첫 TV 토론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으로 기울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TV 토론 참패로 '후보 교체론'까지 등장하면서 윤석열정부 한반도 정책도 흔들리고 있는데요. 여기에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한 북한이 복합 도발에 나서면서 '한반도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CNN 스튜디오에서 일 대 일 TV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유권자 72% "바이든 출마 반대"
1일 외신을 종합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진행된 첫 대선 TV 토론에서 최대 약점인 '고령'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의 동맹국 당국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무기력하고 허약한 모습에 주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에 TV 토론 이후 '후보 사퇴론'까지 유권자들 사이에 확산됐는데요. 지난달 30일 미국 <CBS>가 시장조사업체 유고브와 함께 TV토론 직후인 28~29일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정신적, 인지적 능력을 갖췄는지' 묻자 응답자의 72%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도 72%가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는 답을 내놨습니다.
문제는 민주당 유권자들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민주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인지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대답한 비율은 41%(오차범위 ±4.2%포인트)에 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TV토론에서 회복이 어려운 '고령'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이미 예고된 '트럼프 리스크'가 더 명확해졌습니다.
트럼프 당선 땐 'IRA 폐기'…'삼성·LG·SK' 위기 증폭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종 당선될 경우 한반도에 미칠 '리스크'가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어온 '동맹 중시' 기조는 윤석열정부의 주요 한반도 정책이기도 한데요. 동맹을 '거래' 관점으로 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인해 대미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한·미는 현재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할 몫을 결정하는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 협상을 진행 중에 있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시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배까지 요구한 전력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에 대비한 듯 방위비협상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데, 아직 4차 회의까지 밖에 진행되지 않아 남은 4개월 사이에 SMA를 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결국 바이든정부에서 SMA를 체결하지 못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위비 압박이 불가피합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도 변수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외교를 펼쳐왔는데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미국의 역사적 동맹국들을 파트너가 아닌 무역의 적으로 대할 것이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같은 독재적이고 적대적인 지도자들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은·푸틴·시진핑 등과 직접 담판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인데, 이 경우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 정부가 소외됨에 따라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과 직거래에 나설 경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북한 핵동결 또는 핵군축 협상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그의 선거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위대하게) 정책이 우리 경제 미칠 리스크도 상당합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가노믹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폐기와 보호무역주의 감세 정책 등이 핵심입니다.
바이든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비판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보조금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전기차와 배터리 등 우리 산업 분야 타격은 불가피합니다. 특히 바이든 정부에서 북미 투자를 확대해 온 삼성·LG·SK 등 배터리 3사의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실질적 비핵화 없는 북 '제재 완화' 우려
북한은 이날 오전 5시 5분과 15분께 황해남도 장연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2발을 연이어 발사했습니다. 비행거리를 고려할 때 근거리탄도미사일(CRBM)로 추정되는데, 지난달 26일 이후 5일 만의 도발입니다.
최근 북한은 미사일 도발뿐 아니라 총 7차례의 오물풍선 살포와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방해 등 복합적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후 김 위원장과 직접 거래에 나선다면, 북한의 제재는 풀고, 북한의 무기 기술력은 그대로 남아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우려됩니다.
빅터 차 한국 석좌는 "트럼프는 손쉬운 승리를 사랑한다"면서 "탄도미사일은 물론이고 전술핵, 극초음속 미사일 등 김정은의 무기고는 손대지 않은 채 북핵 위협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과의 핵협상에 나설 경우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아닌 북한의 핵실험 중단 정도로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