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유근윤 기자] 난방을 했는데도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쪽방촌 거주자들이 10년 새 급감했습니다. 2014년에는 10명 중 4명꼴에 가까웠는데 지난해는 최저치인 25%로 떨어진 겁니다. 겨울에 춥다는 거주자 비중도 역대 2위를 기록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쪽방촌 거주자들이 겨울에도 타격을 입는 겁니다.
5일 <뉴스토마토>는 최근 박주민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을 통해 서울시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서울시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 분석했습니다.
"겨울 춥게 난다", 27.6%…2021년 이어 2위
보고서 가운데 난방이 충분하느냐는 질의에 2014년 38.8%가 따뜻하다고 응답했고, 지난해에는 25.0%로 줄어들었습니다.
춥다는 답변은 지난해 27.6%로 2014년의 26.7%보다 소폭 상승했습니다. 2021년 30.4%에 이어 2위이기도 합니다.
춥다는 응답은 늘고 따뜻하다는 답변은 감소하면서, 춥게 지낸다는 거주자(27.6%)가 난방이 따뜻하다는 응답자(25.0%)를 앞질렀습니다. 이런 역전세는 2021년에 이어 최근 10년 내 두 번째입니다.
다만 난방 설문은 2021년에 변화를 겪었습니다. 2014~2020년 기간에는 5점 척도('충분히 따뜻하다'·'따뜻하다'·'그저 그렇다'·'추운 편이다'·'매우 춥다')였다가 2021년부터 3점 척도('따뜻하다'·'보통이다'·'춥다')가 됐습니다.
따뜻하다는 응답은 2017년 50.4%까지 상승했다가 2018년 40.9%로 내려오고 2020년 46.0%까지 상승했습니다. 그러다가 척도가 바뀌면서 26.3%로 내려왔습니다.
춥다는 응답은 반대로 2014년 26.7%로 시작해 등락을 거듭하다가 2020년 18.6%로 최저점을 찍었습니다. 그러다가 척도를 바꾼 뒤에 30.4%로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척도가 바뀐 후만 따져도 지난해에 따뜻하다고 느낀 거주자는 최저 수준입니다. 2021년 26.3%였다가 2022년 34.0%로 늘었지만 2023년 25.0%로 급락했습니다.
과거보다 겨울이 따뜻하지 않고 춥다고 체감하자 겨울을 나는데 난방비·연료비가 필요하다는 거주자도 늘었습니다. 거주자에게 가장 필요한 생활비로 난방비·연료비를 1순위로 꼽은 답변은 2014년 8.6%였다가 지난해 10.8%로 소폭 늘었습니다. 이는 2019년 12.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습니다.
또 가장 필요한 생활비를 복수응답으로 설문한 통계에서도 난방비·연료비 응답 비중이 2020~2022년 12.4~13.6% 범위까지 내려갔다가 지난해 19.5%로 뛰어올랐습니다.
쪽방 거주자 "집주인, 온수·보일러 안 틀어"…"난방비·연료비 필요" 답변↑
실제로 쪽방촌 거주자들은 무더위 와중에도 겨울을 떠올리며 떨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난방을 하지 않는 집주인을 원망하는 목소리마저 나왔습니다.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거주자 A씨는 "겨울이 되면 그 추운데도 도시가스도 잘 안 틀고 찬물을 쓴다"며 "추운 데다 찬물로 쓸려니깐 쪽방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좀 골이 아프다. 손이 얼어서 막 다 터진다"고 걱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뜨거운 물과 보일러 좀 틀어주면 좋은데 주인들이 돈만 받아먹는다"며 "제가 사는 돈의동도 그렇고 서울역(동자동)도 그렇다"고 강조했습니다.
1월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계단에 얼음이 단단하게 얼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는 여름 더위만 악화시킬 뿐 아니라 겨울 한파도 더 매섭게 만들고 있습니다. 쪽방은 이같은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한 편입니다. 하나의 건물에 여러 가벽을 세워 방을 쪼개놓은 특성상, 몸을 누일만한 공간을 겨우 마련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난방시설을 기대하기 힘든 장소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에다가 집주인이 난방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까지 겹칠 때에는 거주자의 고통이 가중됩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쪽방 거주자에 대한 동철기 대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27일 '2023∼2024 동절기 노숙인 등 보호 대책'을 세우고 지자체와 시행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대책 기간은 지난해 11월1일부터 지난 3월31일까지였습니다. 또 추위가 본격화한 지난해.12월1일부터 지난 2월29일까지를 중점 추진 기간으로 삼았습니다.
정부와 지차체는 쪽방 거주자가 생계유지 및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안전사고에 취약하다고 봤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쪽방상담소를 중심으로 해 동절기 지원 서비스를 집중 안내하고 화재·동파 사고 등 예방을 위한 시설물 점검, 긴급보수 및 대피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신태현·유근윤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