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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의 미디어 비평)극우가 활개 치는 한국 언론
입력 : 2024-08-08 오전 6:00:00
한국 언론의 지형을 말할 때 흔히 쓰는 말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오래전부터 서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이야기해왔다. 국민의힘은 “언론이 좌파에 장악되었다”고 하고 민주당은 “대부분의 언론이 친보수 성향”이라고 주장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자신이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자주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였다. 집권 5년 동안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언론에게 맹공격을 당한 노무현 대통령은 “아무리 공을 차도 골을 넣을 수 없다”면서 기울어진 한국 언론 지형을 불만스러워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자 이번에는 보수 정당에서 이런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언론이 좌파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정권이 바뀌자마자 국민의힘은 한풀이하듯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한 방송 관련 기관장과 공영방송 이사진, 경영진을 친정부 우파 인사들로 교체했다. 민주당이 ‘정권의 방송장악을 막겠다’며 방통위원장 탄핵안과 이른바 ‘방송4법’을 연거푸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거꾸로 ‘민주당이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도대체 어느 쪽이 방송을 장악하려 하는 것일까? 언론의 운동장은 정말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가? 
 
윤석열 정부가 방통위원장과 공영방송 이사진을 교체하면서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는 황당한 소리다. 한국 언론은 오래전부터 이른바 ‘보수’가 대세를 이루고 우측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상태였다. 수십 년 간 여론을 주도해 온 주류 언론들을 보자. 신문 시장의 60% 이상을 독과점해 온 언론은 이른바 ‘조중동’이라고 불리는 보수 매체들이다. 종이신문을 읽는 독자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포털을 통해 보수의 주장을 한껏 퍼뜨리고 있다. 게다가 조중동은 종편TV를 통해서도 벌써 10년 이상 보수적 여론을 생산·유통하고 있다. 재벌 대기업과 건설사들이 소유한 거의 모든 주류 경제매체들도 ‘보수’ 성향임은 물론이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공영방송 KBS는 이미 지난해 ‘친윤’ 인사가 사장을 맡으면서 보수정권에 대한 비판 뉴스가 거의 사라졌다. 며칠 전 취임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출근한 첫날 KBS와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진을 새로 선임했는데, 새 이사진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이 ‘보수’ 혹은 ‘극우’ 성향이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자신이 청문회에서 야당으로부터 ‘극우적 뇌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받기도 했다. 건설회사가 소유한 SBS 역시 경제신문들처럼 ‘진보’나 ‘좌파’ 언론이라고 보기 어렵다. 준공영방송이었다가 얼마전 민간기업에 넘어간 보도전문채널 YTN도 마찬가지다. ‘진보’ 혹은 ‘좌파’ 성향의 언론은 주류 언론사 중에 기껏해야 2개 매체와 규모가 영세한 인터넷 언론사들 뿐이다. 이 정도면 우리가 자주 보는 신문, 방송 등 주류 언론은 거의 대부분 ‘보수’나 ‘우파’가 장악하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더구나 요즘 일부 신문, 방송을 보면 ‘보수’‘우파’를 넘어 ‘극우적’ 논조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전범 나치를 추앙하는 유럽의 극우처럼 일본제국주의를 미화하고, 군사독재를 찬양하고, 반공주의를 앞세워 혐오를 조장하고,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세월호·이태원 참사에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의 ‘극우’ 성향 주장들이다. 그런 발언을 한 인사들이 방통위, 공영방송 이사회 등 언론계와 관계의 요직에 오르고 있다. ‘보수’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이젠 ‘극우’로 기울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될 정도다. 

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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