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위기다. 네이버는 명실상부 국내 1위 포털이며, 카카오 역시 명실상부 국내 1위 메신저 회사이자 인터넷은행까지 운영하는 대기업으로서 두 회사는 1세대 벤처 신화를 만들어 낸 회사이다. 그런데 지금 이 두 회사가 위기다.
네이버는 개인정보유출에 따른 라인야후 지분 매각 요구, 그리고 이와 관련한 일본 정부와의 갈등이라는 외풍을 만났고 지금 당장에는 조용해 진 것 같지만 이와 관련한 문제는 언제든지 다시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창업자인 김범수 위원장이 시세조정 혐의로 구속되면서 예측하기 힘든 사법 리스크에 노출되었다. 카카오 사태와 관련, 특히 대기업 총수로서는 구속되는 것이 이례적이고, 더욱이 IT 벤처기업의 창업자이자 총수가 구속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김범수 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상당히 놀라운 결과다. 법원은 김범수 위원장의 시세조종 혐위에 대해서 인적·물적 증거에 따라 어느 정도 소명되었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두 회사 모두 외관상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행정 지도나 SM 엔터에 대한 지분 확보를 위한 하이브와의 경쟁 등 특정 사건으로 인하여 위와 같은 경영적 위기가 발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네이버와 카카오 두 회사의 지배구조적 문제, 창업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 디지털 대전환 상황에서의 경쟁력 약화 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네이버는 모회사인 네이버 주식회사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하고 있는 자회사들을 직접 관리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만, 자회사 간에 소프트뱅크 지분을 포함하여 복잡한 지분구조가 얽혀 있고 각 자회사 간에 복잡한 업무 협력 구조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일관된 경영적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일본 정부는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인야후의 모회사 A홀딩스의 지분구조(현재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 대 5로 소유)의 변경을 검토하라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내렸다. 여기서 문제는 단순한 지분구조 변경이 아니라, 라인 메신저 및 네이버의 주요 글로벌 서비스가 A홀딩스의 계열사(라인야후의 100% 자회사인 Z인터미디어트 등)를 주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핵심인 A홀딩스의 지분구조 변경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네이버 주식회사가 A홀딩스의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 네이버는 라인 뿐만 아니라 주요 글로벌 서비스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카카오 역시 지배구조의 문제가 심각하다. 카카오는 대표적인 문어발식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회사이다. 카카오는 IT, 모바일, 콘텐츠, 금융,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고 이러한 전략은 카카오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배구조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뚜렸하다. 사업 다각화에 따른 안정성, 각 계열사를 이용한 시너지 효과, 신속한 시장 진출 등의 장점이 있는 반면, 문어발식 지배구조로 인해 전반적인 경영이 복잡하고 극심한 비효율성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뿐만 아니라, 계열사간 불필요한 경쟁 및 갈등, 그리고 유무형의 자원 배분의 문제가 생긴다. 또한, 하나의 계열사에서 특정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 리스크가 다른 계열사들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커서, 리스크 통제가 어렵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위와 같은 지배구조적 문제, 그리고 이해진과 김범수라는 창업자 의존성이 크다는 문제 등을 극복하지 않으면 계속하여 유사한 경영 리스크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 검색 시장과 메신저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을 겪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이버는 현재 검색 시장 점유율이 60% 아래로 떨어졌고, 구글은 36%까지 올라서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또한, 카카오 역시 메신저 시장에서 고전을 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의 이용자가 200만명 넘게 줄어들었고, 2023년 12월 처음으로 유튜브에 1위를 뺏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를 비롯하여 글로벌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가고 있는 조짐이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서 그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게다가, 라인야후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을 비롯하여 중국, 미국, EU 등 세계 주요 국가가 자국의 IT 기업 및 AI 기업 등을 보호하려는 디지털 보호무역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근시안적인 조직 개편이나 인사, 보여주기식 개혁 등에 몰두하기 보다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에 대한 체질 개선, 비핵심 사업에 대한 정리, 그리고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맞는 기술 개발과 이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 1세대 벤처 신화를 만들어 낸 네이버와 카카오. 한국 시장 내의 점유율로 연명하기보다, 이제는 정제되고 체계적인 정비와 혁신을 통해 1세대 벤처로서 한 발짝 더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이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