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시민의 삶을 대변하려는 신념과 의지가 과연 윤석열 정권과 여당에게 있는가 묻고 싶다. 귀와 눈을 막고 민심을 외면하는 권력은 분명 전 국민적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 2022년 51일간 지속되었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파업이 노사 합의로 종결된 후 사측이 7000억이 넘는 손해배상 청구로 자본 권력이 법 기술을 동원해 다시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상황은 죽음까지 생각해야만 했던 땅콩회항 사건 이후 겪은 여러 고초들을 떠올린 바가 있다.
나는 한때 사측과 가장 극열하게 대립된 입장에 서 있던 일개 노동자였지만, 끝까지 맞서서 싸운 용기 있는 사람으로 기억해 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자본권력으로 부터 아무리 부당한 일을 겪더라 개별 노동자가 고용주와 맞서서 싸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나의 지나온 개인사에도 그러한 어려움의 고비들이 차고 넘치게 많았다. 대기업과 재벌 가족을 상대로 부당함을 이야기 하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로는 모자랄 정도로 힘의 크기만 해도 부침이 컸다.
내가 부당함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그 범위를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서 대기업이 노동자를 대하는 방식의 문제에까지 넓혀서 말하기 시작하자 다양한 압박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우선 사내 여러 제도와 규정을 이용한 불이익 주기, 직위 강등을 통한 모욕주기, 동료들에 의한 따돌림과 같은 이차가해 등등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여러 송사를 당하며 겪은 사측의 고통주 압박이 그 무엇보다 심하게 큰 고통이었다. 명예훼손이나 회사 기밀 유출 등의 이유로 하루가 멀게 집으로 내용증명서가 날아왔었다.
보통 시민 중 그 누가 집으로 내용증명서 속달이 오고, 법원이나 경찰에서 출두 명령서가 오는데 덤덤하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또 이런 소송에 개인이 지출해야 할 비용은 어떠한가. 시간과 수고 그리고 경제적 비용까지 참으로 개인이 감당해 내기에는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시스템은 이런 강력한 보호막과 나쁜 공격권을 유독 자본에게만 한없는 시혜로 베풀어 주고 있다. 법의 테두리 안의 당연한 권리 주장을 빙자한 손해배상청와 가압류 등의 송사 남발은 약자에게 있어서 죽을 만큼의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고 종국에는 마땅이 보장 받아야 할 정당한 권리마저 주장하지 못하게 만든다. 노동자들만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가장 나쁜 수법으로 악용된다. 소위 말하는 강자를 위한 법 기술이 바로 터무니없는 소송 남발인 것이다. 이런 비참한 상황이 우리 나라의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자본 이윤의 극대화에만 눈이 먼 사회는 하청, 용역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은 하고 있지만,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돌연변이 노동을 수도 없이 가능하게 해주며 우리의 사법은 자본 권력의 편에만 서 있다. 부당함에 복종하지 않고, 그 부당함에 반기를 드는 노동자들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소송 남발되고 있다면 마땅히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21대 국회에서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후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을 돕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노란봉투에 성금을 담아 보낸데서 유래한 노란봉투법을 발의하려고 한바 있다. 하지만 이법은 일방적으로 자본의 편에 서 있던 일부 정치 세력들에 의해 막혔었다. 노란봉투법의 역사는 이미 오래되었다. 2015년 처음 발의됐었지만 7년 기한을 넘겨 상임위원회를 통과 못하고 그대로 폐기된 바가 있다.
그러나 이번 22대 국회에 들어서 이법을 다시 제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단 야권에 의해 국회를 통과한 것은 긍정적이다. 이번에는 이전 법안보다 더 노동권을 보호하는 내용으로 개정하여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원청 사용자는 하청 노동조합 등에 대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의무가 생긴다. 하청 노동자들도 교섭 결렬로 쟁의행위를 벌이더라도 ‘불법’이 되지 않게 되고 이는 손배소소송과 가압류 등의 남발을 막아, 자본의 일방적 노동자 복종시키기 용도 소송 남발의 근절에 기초 근거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복병이 남아있다. 참으로 다수 국민의 입장을 대변할 의지가 없는 정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감히 오만한 순간의 권력을 가지고 우리 사회 전체를 해롭게 만들지 않기를 권고한다. 물러섬 없이 일하는 사람들의 땀의 대가가 제대로 보장되는 일에 정치 세력 전체가 나서기를 바란다. 노란봉투법은 특정 누구를 위한 법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법임을 명심하시라.
박창진 바른선거시민모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