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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16년’…무시하지 못할 ‘배심원’
대법, "국민참여재판 만장일치 '무죄' 존중해야"
입력 : 2024-08-19 오후 3:54:29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으로 선정된 국민이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해 평결을 내리고 유죄 평결이 내려진 피고인에게 선고할 적정한 양형 의견을 개진하는 제도인데요.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2008년부터 시행됐습니다.
 
법원행정처의 자료에 따르면 피고인 수를 기준으로 2023년까지 총 1만여 건이 접수됐는데요. 2012년 하반기부터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이 모든 합의부 관할 사건으로 확대되면서 접수가 늘어난 겁니다. 실제로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된 사건을 보면 살인, 살인미수, 강도상해, 강도, 성범죄 등 중범죄에서 많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법원 대법정(사진=뉴시스)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의 공소가 제기되면 법원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관한 의사를 서면 등의 방법으로 확인해야 하는데요(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만약 법원이 피고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면 위법한 공판절차이므로 그 절차에서 이뤄진 소송행위도 무효로 보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국민참여재판의 실시가 결정되면 공판준비절차를 열게 되는데요. 검사와 변호인 및 피고인이 증거를 미리 수집·정리하고 주장을 하면 법원은 주장과 증거를 정리해서 심리계획을 수립하게 됩니다. 이후 배심원을 선정하는 기일을 열게 되는데요. 선정기일에서는 배심원 자격에 관한 사유와 불공평하게 판단할 우려가 있는지 등에 관한 질문을 하고, 검사나 변호인 및 피고인은 기피신청을 하게 됩니다.
 
배심원이 확정되면 공판절차가 진행되고 최후변론이 끝나면 재판장이 배심원에 대한 최종 설명을 하고 평의 절차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배심원이 만장일치 혹은 다수결로 유무죄의 평결을 하면 심리에 관여한 판사와 함께 양형에 관해서도 토의하게 됩니다. 이런 배심원들의 판단을 기초로 법원은 당일에 판결을 선고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하고 1심법원도 무죄판결을 선고했다면, 1심법원의 판단은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어 2심에서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는 신중하게 해야 하고 결론을 바꾸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2020도7802).
 
국민참여재판에서는 1심 법정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조사가 배심원들의 심증을 형성하고 배심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눈 끝에 무죄라는 일치된 평결에 이르게 되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국민참여재판의 입법 취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의미나 정신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유죄 인정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일반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2심에서의 추가적이거나 새로운 증거조사는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증거조사의 필요성이 분명하게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해 실시해야 하는데요. 대상 판결에서는 검사가 항소하면서 새로운 증거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사유가 있는지에 대한 아무런 자료 제출 없이 1심과 유사한 입증취지를 2심에서 반복했을 뿐이라고 봤습니다. 그럼에도 2심이 추가적으로 증거조사를 한 것은 적절하지 않고, 배심원이 참여한 1심의 증거가치 판단 및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하면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2심으로 돌려보낸 겁니다.
 
기존에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의 판단은 2심에서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그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 납득할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존중돼야 한다는 법리가 확립돼 있었는데요. 이번 판결은 더 나아가 2심이 추가 증거조사의 필요성 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증거조사를 하고 그를 통해 결론을 뒤집는 경우까지도 신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고,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에서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양식 있는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참여하고 집단적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사실심 법관의 판단을 돕기 위한 제도인데요. 배심원의 평결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고 권고적 효력만을 갖는 한계가 있습니다. 배심원의 평결에 법원이 따라야 하는 영미식 배심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영미식 배심제도의 도입에 대해서는 전문성 없는 일반인이 재판을 하는 점에 대한 우려가 있는 반면, 검사와 변호인이 배심원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배심원들이 사건에 대한 이해와 판단이 이뤄지므로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법제도 형성의 역사적 배경이 다르므로 무작정 영미식 배심제를 도입할 경우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는데요.
 
전문가가 아닌 배심원이 법률에 대한 오해나 미묘한 증거의 취사 및 사실인정에 대한 착오 등을 일으켜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는 측면에서 국민참여재판이 갖는 장점도 있는데요.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93.7%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평결과 판결이 일치했습니다. 배심원의 평결이 법원을 기속하지는 않지만, 평결과 판결의 일치율이 높고 배심원의 만장일치 평결이 있고 그에 따른 판결을 특별히 존중하도록 하는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우리나라 특유의 제도로 정착되는 것도 바람직해 보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김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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