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추진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MBC 민영화는 그 자체로 쉽지 않은 일이다.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동의와 승인을 거치려면 정부와 국회가 움직여야 하고 무엇보다 MBC를 공영방송으로 보고 있는 시민사회의 폭넓은 지지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철 MBC 사장은 ‘왜 하필 이 시점’에 ‘은밀히’ 추진하려 했을까?
◇지분 매각 먼저 꺼내든 MBC, 왜?
이번 논란의 흥미로운 지점은 MBC 측에서 먼저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을 제안하고 발표 방식까지 일일이 ‘코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보도에 나타난 녹취록은 MBC 내부에서도 김재철 사장 등 3~4명만 지분 매각 내용을 알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지어 1대 주주인 방문진도 모르게 은밀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이 녹취록에 담겼다.
MBC 민영화의 핵심은 70% 지분을 갖고 있는 1대 주주 방문진 몫을 줄이는 것인데 MBC는 이에 대해 신주를 발행, 정수장학회 보유분과 함께 매각함으로써 방문진 지분을 58%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경우 방문진의 지분은 줄어도 1대 주주로서 영향력은 유지된다.
지배구조 성격만 놓고 보면 공영방송의 큰 틀은 흔들리지 않게 되는 셈이다.
◇수혜자가 누구인가 살펴보면
문제의 핵심은 결국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으로 모일 수밖에 없다.
정수장학회가 공영방송 지분을 처리하면 과거사 논란을 일부 털어낼 수 있다.
MBC 지분 매각으로 정수장학회가 수천억 현금을 가져가게 된다는 지적 역시 ‘매각대금을 복지사업에 쓰겠다’는 약속으로 잠재울 수 있다.
이는 정수장학회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실현여부를 떠나 ‘공론화’만으로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관측이다.
녹취록은 ‘정치적 임팩트가 크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MBC측도 이를 인지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을 대선직전 밀실에서?
방송가는 실제 노조의 파업 등으로 사퇴 압박에 직면해 있는 김재철 사장이 자리보전을 위해 박근혜 후보에 줄 서기 하려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 역시 “박근혜 후보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우린 판단하고 있다”며 “노조는 MBC 민영화에 반대하고 100% 공영화가 맞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MBC는 자사 뉴스보도에서 '정치권의 간섭에서 멀어지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 일환'으로 MBC 지분 매각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는 100% 광고에 의존하는 민영방송으로 운영되면서, 사실상 정부가 대주주인 지배구조,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시작이라는 게 MBC의 입장”(15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이라는 주장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에 대해 “MBC를 권력에 내다바친 ‘쪼인트’ 사장이 입에 담을 말이 아니다”라고 17일자 논평에서 꼬집었다.
현 정부의 낙하산인사로서 ‘정치권 입김 배제’를 내세워 파업한 노조와 대립했던 인물이 할 소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재철의 승부수? 김재철의 자승자박?
방송가의 시선은 이제 25일 열리는 방문진 이사회에 쏠리고 있다.
이날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이 지난 9월에 이어 두 번째로 상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MBC 지분 매각에 대해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논의가 이뤄졌다는 게 녹취록 내용으로 ‘발각’됐기 때문에 방문진 이사회의 표결 구도가 기존처럼 여야 6 대 3 구도로 갈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MBC 노조의 경우 방문진의 결정을 보고 파업 재개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