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차기정부 출범과 더불어 방송가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특히 지상파방송사의 공영·민영 획정 등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재원은 민영, 소유구조는 공영’인 MBC 운명에 관심이 집중될 관측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방송정책은 산업논리와 공공논리를 골고루 관철하겠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지상파 쪽으로는 불공정보도를 막기 위한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이, 유료방송 쪽으로는 공정경쟁 기반을 닦기 위한 수평규제 이슈가 부상할 전망이다.
‘성의 없다’는 비판이 나올 만큼 공약은 원론적 수준에 그쳤지만 논의가 확장되면 법 개정과 법 통합을 수반하는 대대적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예에서 드러났듯 결과를 차치하고 본다면 이명박정부는 철저히 산업논리를 강조한 정책으로 일관해 임기 내내 갈등을 야기했다.
그에 대한 반동으로 차기정부 방송가 최대화두는 ‘청산’과 ‘복귀’ 등으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이명박정부의 ‘신문·방송 겸영’만큼 첨예한 이슈는 없지만 전 정부의 산업논리 기조를 이어받은 박근혜 당선인이 공공성 회복이란 시대의 요청을 얼마만큼 끌어안은 정책을 펼 것인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MBC 정체성 논의 급물살 타나
차기정부에서 부상할 방송계 이슈로 무엇보다 지상파방송사의 공·민영 획정이 꼽힌다.
이는 당장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대한 기구개편 논의와 맞물려 있다.
방통위 후신의 윤곽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공영적 성격의 방송관련 정책은 별도 위원회에 맡겨야 한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에 공영방송을 어느 선으로 구획 짓느냐 하는 문제가 논쟁거리다.
현재 방송법 어디에도 공영방송 개념을 적시한 부분이 없는 만큼 학계와 정책당국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공·민영 획정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KBS2, MBC의 정체성 문제가 재론될 수 있다.
그동안 방송법의 재송신 조항에 근거해 KBS1과 EBS 공영방송으로 간주해왔다면 공영방송이면서 광고를 받고 있는 지상파방송사의 위상을 어떻게든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MBC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MBC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70% 지분을 쥐고 있는 소유구조상 공영, 수신료 없이 광고를 재원삼고 있다는 점에서 비공영이란 독특한 지위를 갖고 있고 이 때문에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끊임없이 부딪쳐 왔다.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 등 이명박정부의 주요인사들이 ‘MBC 민영화 방침’을 꺼내들어 방송을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을 산 게 대표적 예다.
이번엔 양상이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방통위 개편, 재송신 제도 개선 등 방송환경 변화에 따라 MBC의 정체성은 불가피하게 거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영미디어렙과 민영미디어렙 가운데 MBC 스스로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정체성 문제는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영방송 거버넌스..여야 공감, 실천여부가 관건
KBS, MBC, EBS의 거버넌스 개선은 대선 이전부터 방송가 최대이슈로 부상한 내용이다.
이미 여야에서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고 박근혜 당선인도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편을 논의하는 공론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은 해묵은 과제지만 이명박정부 기간 낙하산 인사와 그에 따른 해직기자 양산이 잇따르자 그 어느 때보다 강력히 부상했다.
거버넌스 개선의 핵심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 하고 여야 구성비를 맞추며 사장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여권의 일방적 결정을 막기 위해 가결 요건을 엄격히 한 것도 특징이다.
여야가 발의한 개정안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고 현 KBS, MBC, EBS 사장 임기가 박근혜 당선인 집권 이후로도 넉넉히 남아 있는 만큼 당장 뜨거운 논쟁을 파급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관건은 결국 실천여부로 모아질 전망이다.
◇수신료 인상..편파보도 해소 의지 보여야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도 재론될 수 있다.
수신료 인상 논의는 그동안 정파에 휩쓸린 감이 없지 않지만 국내 방송시장의 난맥상을 풀 수 있는 ‘고르디우스 매듭’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에 수신료 재원이 늘게 되면 지상파방송사의 광고매출 분량이 일정선 유료방송으로 흘러가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거론된다.
하지만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문제냐 하는 문제로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게 사실이다.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 기간 여야가 공수를 바꿔 ‘선 보도 개선, 후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며 갈등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피로도가 누적된 만큼 차기정부에선 생산적 방향으로 논의를 매듭지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며 실제 ‘수신료위원회’ 구성이 여야에서 검토되고 있다.
다만 적자에 허덕이는 종편에 지상파 광고 물량 일부를 몰아주려 한다는 의혹이 없지 않고 KBS를 위시한 공영방송의 ‘친여편파보도’가 대선기간 크게 불거진 만큼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논쟁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도 ‘과거 청산’ 바람 일까
차기정부 방송가 화두는 무엇보다 ‘청산’과 ‘회복’으로 모아진다.
언론자유가 어느 때보다 후퇴한 마큼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구체적으로 해직기자 복직, 종편 특혜 회수 등이 차기정부에서 뒤따를 이슈로 손꼽힌다.
한국기자협회는 21일 성명을 내고 박근혜 당선인의 '국민 대통합' 약속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합리적 개선과 해직언론인의 전원복직을 통해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