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정부의 대표적 기름값 인하 정책인 석유제품 전자상거래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입산 휘발유와 경우가 받는 혜택에 비해 가격인하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고 국제유가 또한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전자상거래 거래금액과 정유사 공급가격의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수입산 경유에 대해 ℓ당 60원의 세금 혜택을 시행했지만, 사후 관리 부족으로 인해 당초 목표의 절반인 30원 정도의 인하 효과만 봤다. 11월에는 석유전자 상거래 품목에 휘발유까지 추가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노렸지만, 이 역시 경유 상황과 비슷했다.
25일 석유전자상거래를 주관하는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전자상거래에서 거래되고 있는 휘발유·경유의 비중은 지난해 9월 5.5%까지 높아졌다가 11월 이후 다시 3%대로 하락했다. 거래대금도 9월 2440억원에서 12월 1463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휘발유가 전자상거래 품목에 추가되고 세금 혜택까지 더해졌지만 전자상거래를 통한 거래량과 거래금액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일반주유소(왼쪽)와 알뜰주유소(오른쪽)간 휘발유 판매가격이 이미 역적됐다.
주유소 업계도 지난해 9월 기준 석유전자상거래에서 경유가격은 ℓ당 1680원선, 정유사 공급가격은 1730원선으로 ℓ당 50원 정도 저렴했지만, 국제유가 하락이 지속되자 그 폭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1월 첫째 주 석유전자상거래에서 거래된 경유가격은 ℓ당 1580원이었으며 정유사들은 같은 기간 경유를 ℓ당 1602원에 공급했다. ℓ당 불과 22원으로 격차가 준 것이다. 휘발유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정유사들의 공급가격과 석유전자상거래 거래 금액의 폭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석유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총괄하는 한국거래소와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구축한 '혼합판매 종목'의 매도 거래 신청건수는 한 달이 지난 현재 실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사들이 매도 주문조차 내지 않아 대리점이나 주유소가 혼합판매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혼합판매종목으로 판매하면 브랜드 프리미엄이 없어 싸게 팔 수밖에 없다"며 "대리점은 이를 구입해 정유사와 직접 계약을 하지 않은 '알뜰주유소'나 '자영주유소'에 되팔 수 있어 실효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 혼합판매를 하는 주유소들이 없어 거래주문이 없다"며 "정유사와 직접 계약을 하지 않은 '알뜰 주유소'나 '자영주유소'가 전체 주유소의 8%나 되기 때문에 석유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된 것처럼 곧 정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주유소 관계자는 "실제 소비자들은 무폴이나 폴 주유소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으면 폴주유소를 선택하는 성향이 크다"며 "아직까지 정유사들의 브랜드 파워를 무시할 수 없어 혼합판매 실효성이 실제 업계에서는 무의미하다"고 반박했다.
시장 상황을 모르는 정부의 탁상공론이 정책 빛마저 발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