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6년 경력의 웹 개발자 A씨는 최근 프리랜서로 재택 근무를 시작했지만, 프로젝트 종료를 앞두고 밥을 먹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계약서에도 없었던 "프로젝트 종료 후 유지보수도 당연히 해야한다"는 ‘통보’에다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긴다면 손해 배상까지 청구하겠다"는 ‘엄포’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IT아웃소싱 전문기업 이랜서가 프리랜서 94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사용자들이 업무 내용을 일방적으로 증가시킨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28%는 용역비 결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그동안 계약관계에서 일방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였던 프리랜서 개발자들이 '협동조합' 결성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25일 IT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다양한 프리랜서 개발자 협동조합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협동조합 결성을 목적으로 하는 인터넷 카페가 개설돼 설립 준비를 진행하거나, 컨설팅 업체를 통해 협동조합 설립이 추진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IT업계에서는 '슈퍼 갑’으로 지칭되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프리랜서들은 이 하청업체에게서 일을 받아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원청업체가 프로젝트 기간을 늘리거나 대금지불을 연기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일을 수주받는 ‘을’의 입장인 프리랜서들로서는 문제제기가 쉽지 않다.
업무를 의뢰하는 회사와 관계가 틀어지면 프리랜서가 아닌 ‘백수’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컨설팅을 시작한 비즈몬스터의 이재환 대표는 “IT업계의 많은 프리랜서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려 하고 있다”며 “협동조합을 설립해 협상력을 높인다면 자신들의 가치에 걸맞는 ‘용역비’를 받기 더 좋은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경 사회적기업진흥원 협동조합팀 담당자도 “방과 후 교사 협동조합 등 불공정한 처우 개선을 위한 협동조합 설립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들이 모여 힘을 발휘하기에 협동조합은 적당한 유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IT개발자들의 권익보호 외에도 개발자들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측면에서도 협동조합이 각광 받고 있다.
미국의 ‘기술노동자 협동조합’도 노하우 공유 등을 통해 조합원들의 좋은 일자리를 꾸준히 유지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IT지식노동자 사랑방' 네이버 카페에서 ‘하울’이라는 ID로 활동하는 한 유저는 “IT개발자들이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방법으로 협동조합 설립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권익보호도 협동조합의 중요한 역할이겠지만, 조합원들이 지식을 공유하고 지속 가능한 이윤을 창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330여개의 협동조합이 설립 허가를 받았으며, 분야도 ▲교육 ▲컨설팅 ▲대리운전 ▲재활용 등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