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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포사이스 "여러 요소 부딪히는 공연 만들고파"
'포사이스 컴퍼니' 이끌고 <헤테로토피아>로 9일 내한
입력 : 2013-04-09 오후 5:39:33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세계적인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사진)가 무용작품 <헤테로토피아>와 함께 9일 내한했다. 
 
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과 성남아트센터가 공동기획으로 초대한 이 작품은 지난 200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초연된 바 있다. 오는 10~14일 성남아트센터에서는 아시아 초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포사이스는 20대 초반 미국인 무용수로 유럽 무대에 등장한 이후,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상임안무가와 프랑크푸르트발레단 예술감독을 지냈다. 2004년 프랑크푸르트발레단 해산 이후 드레스덴과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2005년 더 포사이스 컴퍼니를 창단해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포사이스의 무용작품은 전통적 발레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예술형식을 재정립해 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철학, 시각예술, 건축, 영상 등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왔다. <헤테로토피아>는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논문 <다른 공간들>의 개념을 차용한 작품이다. 두 개의 무대를 사용하는 이번 공연은 극장 공간을 재해석하는 한편, 보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윌리엄 포사이스는 "이렇게 한국에 올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영광"이라며 "큰 페스티벌에 다른 예술가들과 함께 참여하게 돼 흥분된다"고 전했다. 포사이스는 이번 공연에 대해서 소개하는 한편, 돈벌이 목적으로 고전 발레에 천착하고 있는 세태에 대한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포사이스와의 일문일답.
 
 
-이번에 공연하는 작품 <헤테로토피아>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헤테로토피아>는 어떻게 보면 보기에 힘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보기는 힘들지만 소리를 듣는데 집중하는 그런 공연이다. 관객을 어느 정도는 속임수로 끌어들이는 그런 공연이다.
 
겉보기에는 무용 혹은 연극이지만 실제 한쪽 방에서는 콘서트가 벌어지고 있다. 이 방에서 연주되는 콘서트 음악은 다른 방을 위해 연주된다. 또 무용수들은 안무에 따라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음악을 지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동시에 이 지휘자들은 음악을 작곡한 음악가들을 따라 가기도 한다. 따라서 여러 구조의 중첩이 발생하고 여러가지 임무나 시발점들이 생겨난다.
 
관객들이 이 극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방을 오가며 움직여야 한다. 가만히 있어서는 이 공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특히 무용수들이 집중해서 구현하고 있는 것은 화음과 여러 가지 음악적인 구조들이다. 겉으로는 무용이나 연극처럼 보이겠지만 무용수들의 가장 큰 목적은 하나의 음악을 구현해내는 것이다.
 
-'헤테로토피아'는 낯선, 다양한, 혼종된 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낯선 장소나 사건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음악적인 요소를 꼽을 수 있다. 음악은 일종의 오페라처럼 들릴 것이다. 존재하고 있는 언어로 노래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언어를 사용한다. 때로는 동물의 이해할 수 없는 소음들도 발생한다.
 
제목 '헤테로토피아'에는 약간의 언어유희가 들어가 있다. 헤테로토피아가 상징하는 공간 중에 공동묘지를 꼽을 수 있겠다. 독일에서는 오케스트라 피트가 들어가는 공간을 '오케스트라 그라베', 즉 묘지라고 한다. 이곳에서 헤테로토피아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었고, 그러면서 음악적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파생됐다.
 
-성장 배경이 궁금하다.
 
▲음악적인 집안에서 자랐다. 할아버지가 어린 시절 신동으로 불리던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비엔나에서 12살에 처음으로 데뷔했다고 하더라. 아버지도 역시 피아노를 치셨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부터 바순, 플루트, 바이올린 등 여러 악기를 섭렵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나더러 바이올린보다는 지휘자가 어울린다고 하시더라.
 
또 50~60년대 평범한 미국 중산층에서 자라면서 로큰롤의 시초를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 (미국의 소울 전문 레이블인) 모타운이 생기던 시기여서 그 음악도 접했다. 말하자면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동시에 접하면서 자란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바흐의 음악에서도 펑크가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발레 형식에서 벗어나 현대무용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발레에서 현대무용으로 바꾸었다고 보지 않는다. 1976년에 처음으로 발레의 언어를 쓰기 시작했는데 말로 하는 언어들을 대체하기 위해서였다. 그 이후 거의 사십년 간 무용을 언어로 사용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발레를 그만 두지 않았다. 러시아 마린스키나 파리 국립발레단의 작품도 했다. 다만 포사이스 무용단에서는 클래식 발레와는 다른 식으로 작업을 한다. 발레를 전공한 무용수를 쓰지만 다른 목적으로 작품 만들고 있다.
 
무용수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클래식 발레하는 기관이나 발레단에는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전적인 발레와 현대무용의 두 세계를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고전의 세계에 위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발레의 미래가 그 전과 다른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그 동안 했던 것을 고집하려는 경향이 있다.
 
-발레의 위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위기는 여러가지 복잡한 구조에 의해 생겨난다. 경제적 문제 때문일 수도 있고, 러시아의 경우 관료제가 문제가 되기도 하고, 개인의 위기가 발레의 위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레퍼토리만 보고서 그 발레단이 위기라 말할 수 없다. 건물 임대료나 운영하는 돈 문제가 있다.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총감독인 게르기예프도 발레에 대해 아무 것도 이해 못 하고 있다. 하루에 11시간씩 연습하고 1년에 50회 공연한다. 축구팀도 그렇게는 못 한다. 발레는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좋은 수단에 불과하다. 게르기예프가 생각하는 무용의 기능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그래서 <잠 자는 숲 속의 미녀> 같은 클래식 레퍼토리를 하는 거다. 변화의 욕구가 생겨나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위기가 발생한다. 우리는 1975년에 살고 있지 않다.
 
-이번 작품 같은 경우 장소를 탐구하는 공연이다.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됐을 때 어떤 식으로 나타날 지 궁금하다.
 
▲나도 이번에 하게 되어서 굉장히 놀랐다. 굉장히 규모가 큰 작품이고 일반 극장에서는 할 수 없는 공연인데 가능했다는 데 놀랐다. 다른 작품을 할 수도 있는데 '페스티벌 봄'의 정확한 목적과 비전에 따라서 이걸 선택했다는 것에 굉장히 놀랐다. 공연 프로그램이 배치돼 있는 방식도 마음에 든다. 로메오 카스텔로치, 제롬 벨과 함께 참여하는 큐레이팅이 좋았다. 원래 이 작품은 주로 창고나 방 이런 데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미셸 푸코의 <다른 공간들>이라는 논문을 차용했다고 들었다. 푸코의 구조주의 철학이 어떻게 활용되나?
 
▲철학은 굉장히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철학이 작품에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명제를 던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푸코는 작품을 시작하기에 유용하지만 완성하거나 끝내기에는 유용하지 않다. 무용을 할 때 푸코의 철학을 많이 쓰긴 하는데 철학의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과정이나 절차에 대한 푸코의 초점들이 제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포사이스 컴퍼니의 무용은 급진적이고 혁신적이면서도 그 작품 안에서 발레 스타일이 있다. 왜 그런 방식을 쓰는 것인지?
 
▲여러 가지 부딪히는 요소들이 많은, 그런 발레를 하고 싶다. 여러 요소를 부딪히게 하는 것에 집착하는 편이다.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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