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음악을 가르친다는 게 학생의 대량 양산 쪽으로 가고 있어요. 하지만 진정한 창작은 한 세기에 몇 명만이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게 공장에서 찍어내듯 양산되는 게 아니예요."
국내의 대표적인 현대음악 축제인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 기자간담회가 10일 광화문 설가온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진은숙(사진) 서울시향 상임작곡가는 현대음악의 질적 하락에 대해서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는 한편, 8년 째 이끌고 있는 아르스 노바에 대한 소회를 풀어놓았다.
진 작곡가는 현대음악이 난해하게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현대음악을 듣고 힘들어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실 대부분이 안 좋은 곡들이기 때문"이라 솔직하게 답했다.
이어 진씨는 "현대음악을 듣다보면 전공으로 하는 나 같은 사람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많은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면서 "비단 현대음악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고, 세대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령, 예전 70~80년대의 팝 음악에 비해 요즘 대중음악이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것처럼 현대음악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진씨는 "세상이 굉장히 많이 변했는데 어디로 갈 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이렇게 혼돈 상태에 있다가 언젠가는 사람들이 오래 남는 것을 다시 찾게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좋은 예술가들이 양질의 것을 남기던 풍토가 이제는 사양길에 접어든 것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안에 대해 진씨는 "수십 명의 작곡가가 모두 대가여서 이 사람들의 곡이 전부 연주되는 현상은 역사상 한 번도 있었던 일이 없다. 결국 걸러질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육방식과 관련해서는 "학교를 통한 작곡가의 대량 양산보다는 꼭 해야 할 사람만 작곡가에게 찾아가서 일대일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답했다.
현대음악이 대중과 멀어지고 엘리트주의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 그림은 있을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르스 노바를 이끌면서 현대음악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진 작곡가는 "현대음악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던 시기도 있었지만 아르스 노바를 시작하고 4~5년 정도 지났을 때부터 낯설어 하고 경계하는 시선이 없어졌다"면서 "이제는 열렬한 팬들도 생겼다"고 말했다.
또 "20~30년 전만 해도 말러 곡은 어려워서 연주를 아무도 안 했지만 지금은 고전이 됐다"면서 현대음악 중 좋은 곡들의 경우 결국 살아남을 것으로 낙관했다.
축제 진행상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전용홀의 부재다. 진씨는 "다른 공연장에서 대관 날짜를 잡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더러 대관 문제가 외국 작곡가 섭외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이사 체제를 맞아 앞으로 아르스 노바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진 작곡가는 "박 대표는 굉장히 진취적인 사람"이라며 "아직은 대망의 꿈이지만 앞으로 다국적 학생을 초청하는 등 아르스 노바의 교육 프로젝트를 훨씬 더 크게 키울 생각"이라고 귀뜸했다.
오는 16일과 19일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아르스 노바'는 독일 현대음악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공연은 아르스 노바 Ⅰ ‘비엔나’와 아르스 노바 Ⅱ ‘콜라주’라는 이름으로 각각 세종체임버홀과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지휘자 페터 히르시와 트럼페터 호칸 하르덴베리에르, 피아니스트 임수연 등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며 서울시향 위촉으로 배동진의 '아타카 수비토'도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