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지난해 국립레퍼토리시즌 제도를 도입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앞으로 이런 흐름과 방향은 누구도 바꾸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마케팅도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레퍼토리시즌 제도를 도입한 국립극장이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레퍼토리시즌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한편, '2013-2014 국립레퍼토리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안호상 국립극장장(사진) 외에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윤성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원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등이 참석했다.
레퍼토리시즌 제도란 극장이나 극단이 일정한 기간 동안 상연 또는 연주하기로 한 작품의 목록을 미리 발표·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관객 입장에서는 단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미리 고를 수 있고, 극장 입장에서는 극장 고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한편 홍보시기를 앞당겨 보다 안정적인 관객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날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레퍼토리시즌제도 도입 이후 얻은 가장 큰 성과로 '질적인 변화'를 꼽았다. 안 극장장은 "국립단체 단원에게 일어난 변화가 가장 의미 있고 값지다"면서 "작품이 좋은가 아닌가를 떠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레퍼토리시즌 도입 이후로 내부 직원들마저 불신했던 국립극장의 콘텐츠 경쟁력이 제고됐고, 관객들로부터도 국립극장의 작품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긍정적 성과 외에 아쉬운 점으로는 대형 히트작의 부재, 외국 협력연출가의 섭외 난항으로 인한 공연 취소 등이 꼽힌다.
이와 관련해 안 극장장은 "일본의 신국립극장이 오페라극장을 운영하기 위해 10여 년간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가를 못 받았다"면서 "레퍼토리 제도라는 게 사실 수백 년 동안 내려온 명작이 있는 나라의 제도를 따라 시도하는 건데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정된 예산도 공격적인 프로그램 운영의 발목을 잡은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창극의 세계화 작업을 위해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을 섭외했다가 공연이 취소된 일과 관련해서는 "연출가의 건강, 촉박한 시간이 문제였다"면서 "해외 예술가와도 이제 막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성과가 욕심만큼 나지 않은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국립극장은 계속해서 레퍼토리 축적에 힘쓰는 한편 마케팅에 보다 중점을 둘 예정이이다. 프로그램 구성 단계에서부터 마케팅 개념을 접목하는 등 관객 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이다.
안 극장장은 "국립발레단의 <지젤>을 본 사람은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레퍼토리시즌이 우리 극장의 새로운 관객 만드는 데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1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2013-2014 국립레퍼토리시즌'은 전통에 기반한 동시대 공연예술 창작을 목표로 내달 14일부터 내년 6월 28일까지 319일 간 진행된다. 국립창극단의 <서편제>, <배비장전>, <장화홍련>, 국립무용단의 <단>, <빨간구두 셔틀보이>, 국립국악관현악단 <땅속 두더지, 두디>, <작곡가시리즈3-이해식·강준일·김영동>, <제야음악회> 등 7개 국립예술단체의 작품 총 63편이 이번 레퍼토리시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시즌 발표한 신작 13편의 경우 8편이 이번 시즌 레퍼토리로 전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