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세계적인 경기 약세 여파로 국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도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은 전년도인 2011년에 비해 1.5% 감소한 1602억7000만원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가 2010년 경기회복과 함께 잠시 반등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메세나협회는 매출액 및 자산총계 기준 상위 500대 기업과 한국메세나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문화예술분야 지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대상은 총 654개 기업이며, 최종 수치는 2012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집행된 문화예술지원활동을 설문하는 직접 조사 자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집계된 조건부 기부금 실적을 더해 집계됐다.
◇지원액 줄고, 지원 기업 늘고
지난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기업 직접 지원금 1545억1400만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조건부 기부금 57억5800만원을 포함해 총 1602억7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원 건수도 1608건에서 1357건으로 줄어 15.5% 하락했다. 다만 지원 기업수는 지난 해 509개사에서 566개사로 11.2% 늘었다.
직접 지원 실적은 문화예술 관련 공연·전시·심포지엄 개최, 예술단체(개인)에 대한 자금, 인력, 현물, 장소, 기술 지원, 문화예술 지원과 활용을 통한 마케팅 활동 등이다. 간접 지원 실적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집계된 조건부 기부금 형태의 지정 기탁 실적이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연도별 추이(단위=백만원, 자료제공=한국메세나협회)
◇재단부문 1위 삼성문화재단, 기업부문 1위 현대중공업
문화예술 지원 금액의 순위는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의 문화재단과 개별 기업으로 구분해 매겨졌다. 기업이 출연해 세운 문화재단의 지원 총액은 649억7800만원으로 총 지원액의 40.6%를 차지했다.
문화재단 부문은 올해도 삼성문화재단이 1위를 지켰다. 삼성미술관 리움, 플라토, 호암미술관, 삼성어린이박물관 운영을 비롯해 각종 문화예술 지원 사업으로 지원규모가 가장 컸다. 2위는 문화예술 공연의 창작과 교류를 위해 LG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저소득층 문화복지 사업을 하고 있는 LG연암문화재단, 3위는 지속적으로 예술영재를 발굴·지원해온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차지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동일한 결과다.
이밖에 연강홀, 두산갤러리, 레시던시 뉴욕, 두산연강예술상을 운영하는 두산연강재단이 4위를 기록했고, GS칼텍스재단이 전남 지역민과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메세나 활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새롭게 5위에 올랐다.
기업 부문은
현대중공업(009540)이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현대중공업은 본사가 위치한 울산 현대예술관을 중심으로 7개의 복합문화시설을 운영하는 한편 국내외 우수 공연과 미술전시 지역초대, 주택가·학교·병원·산업현장 대상 찾아가는 음악회, USP챔버오케스트라·현대청소년교향악단·울산남성합창단 등 지역 예술가 후원 등 다양한 형태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 중이다. 2위는 홈플러스로 'e파란 어린이 문화예술교실'과 전국 단위 117개 평생교육스쿨의 지역민 예술교육 지원, 환경그림공모전 운영, 점포별로 조각예술품 설치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올해 20위권에 새롭게 진입한 기업은 크라운해태제과,
한국전력(015760)공사,
대우건설(047040), KB국민은행,
동서(026960)식품이다. 크라운해태제과는 기초예술 중에서도 국악과 전통예술 장르의 저변 확대를 목표로 두 분야를 집중 후원했다. 한국전력공사는 복합문화예술 공간 한전아트센터 운영과 객석 기부제 운영, 지역 주민과 임직원 대상 찾아가는 음악회를 진행 중이다. 동서식품은 국내 최대 아마추어 여성문학상을 개최하고 있다.
◇2012년도 문화예술 지원 상위 5개 재단 및 기업(자료제공=한국메세나협회)
◇서양음악·미술전시 지원 감소..국악·전통예술 등 소외장르 지원 소폭 증가
분야별 지원 금액은 문화예술 관련 시설 운영·지원의 인프라 분야가 856억7900만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가장 높게 집계됐다. 그 다음으로는 문화예술교육 분야 234억7000만원, 서양음악 분야 150억9300만원, 미술·전시 분야 81억6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인프라 분야가 전년도에 비해 10.6% 증가해 856억7900만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GS칼텍스재단의 예울마루 등 규모가 큰 신규 인프라 지원 실적이 집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 분야는 234억7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9.4% 증가했다. 소외계층 아동 대상 문화예술교육 지원, 문화예술을 활용한 임직원 교육, 고객 대상 문화예술아카데미 등 기업의 내부,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사업이 전개된 결과다. 높은 비율로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해오던 서양음악 분야와 미술전시 분야는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서양음악 분야는 150억9300만원으로 29.4% 감소했고, 미술전시 분야는 23.4% 줄었다.
그 동안 기업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전통예술(36.3%), 문학(21.4%), 국악(10.2%)은 증가세를 보였다. 세부적인 지원 내용을 보면 전통예술 분야에서는 유형무형문화재 지원, 지역 대표 전통 축제 지원 등이 신설됐고, 문학분야 지원 내용은 창작기금 운영, 기업 주최의 문학상 운영 등이 있다.
그러나 예술장르별 지원 금액은 아래의 표와 같이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날 자료를 공개한 한국메세나협회는 문화예술의 균형발전은 여전한 숙제라고 지적하는 한편, 앞으로 더욱 활발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위해 실효성 있는 법제도적 인프라 구축과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을 격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권 한국메세나협회 사무처장은 "문화예술 지원에 있어 경제 분야의 지원뿐만 아니라 정부와 사회 전반의 관심도 절실히 필요하다"며 "기업의 관심을 보다 높이고 기업들의 지원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1년, 2012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별 지원 금액(단위=백만원, 자료제공=한국메세나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