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제10회 대관령국제음악제가 25일 마에스트로 사샤 마킬라와 생 미셸 스트링스의 개막공연을 필두로 올해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했다.
10주년을 맞는 올해 대관령국제음악제는 '북구의 빛(Northern Lights) - 오로라의 노래'라는 주제 아래 북유럽 5개국의 천재 음악가들을 기린다. 공연은 덴마크와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출신 음악가들의 작품과 세계적인 실내악 명곡들로 꾸려진다.
이날은 먼저 핀란드 출신의 마에스트로 사샤 마킬라와 그가 이끄는 생 미셸 스트링스(사진)가 북유럽 음악의 진수를 전달하고자 나섰다. '저명연주가 시리즈'라는 제목 아래 진행된 개막공연에서는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 핀란드 작곡가 아이노유하니 라우타바라, 스웨덴 작곡가 다그 비렌의 곡이 차례로 소개됐다. 맑고 밝으면서도 한편으로 시리고 서정적인 북유럽 음악의 매력이 생 미셸 스트링스의 유기적인 합주에 힘입어 유감 없이 전달된 공연이었다.
(사진제공=대관령국제음악제)
먼저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 op.40'이 연주됐다. 친숙한 곡임에도 불구하고 연주자들이 표현해낸 윤기와 활력 덕분에 새롭게 다가왔다. 불협화음으로 시작하는 아이노유하니 라우타바라의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 op.1'에서는 독특한 유머감각을 자랑했다. 한껏 풀어졌다가 다시 긴장으로 수렴하는 유연한 연주가 반복되면서 마치 연기하는 배우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바이올린의 반복적인 음이 자아낸 기묘한 분위기도 일품이었다. 다그 비렌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op.11'를 연주할 즈음에는 경쾌한 리듬감에 힘 입어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사샤 마킬라와 생 미셸 스트링스의 연주에서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연주자와 지휘자가 서로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수평적 관계를 이룬 소규모 악단에서 시종일관 단원들과 눈을 마주치며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지휘자, 만면에 행복하고 즐거운 표정을 띈 단원들의 모습은 음악 하는 재미를 고스란히 객석에 전달했다. 큰 박수갈채 끝에 앙코르 곡으로 핀란드 전통 민요 '난 당신을 잊을 수 없어요'까지 들려준 후 1막이 끝났다.
2막에서는 모차르트와 슈만의 곡이 연주됐다. 1막의 여흥이 가시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오보에 수석 알렉세이 오그린척이 등장해 일순간에 청중을 압도했다. 모차르트의 '오보에 사중주 F장조, K.368b(K.370)'를 연주했는데 그야말로 악기를 완전히 장악한 모습이었다. 자유자재로 볼륨과 셈여림을 조절하면서도 시시각각 바이올리니스트 배익환, 비올리스트 김상진, 첼리스트 박상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멋진 음악을 선사했다.
대미는 첼로 거장 지안 왕, 비올라의 대가 로베르토 디아즈와 피아니스트 백혜선, 바이올리니스트 보리스 브로프친이 장식했다. 슈만의 '피아노 사중주 E플랫 장조, op.47'에서 4명의 연주자들은 차분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에서부터 폭발하는 분위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감성을 연주로 아울렀다. 특히 서정적인 비올라 음색과 담백한 깊이를 품은 첼로 음색이 여름 밤의 풍취를 더했다.
북유럽 음악을 주제로 한 제10회 대관령국제음악제는 내달 6일까지 계속된다.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총 12회의 '저명연주가 시리즈'가 진행되며 원주, 철원, 속초, 춘천, 양양, 삼척, 강릉, 평창, 동해에서도 총 11회에 걸쳐 '저명연주가 시리즈 in <강원>'이 열린다. 이 밖에 협주곡의 밤, 떠오르는 연주가 시리즈, 13~14회의 마스터클래스, 어린이를 위한 콘서트 등이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