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공연리뷰)'표현의 자유' 찾아 나선 채플린의 좌충우돌 여행기
혜화동1번지 2013봄페스티벌 ‘국가보안법’ 참가작 <레드 채플린>
입력 : 2013-08-03 오후 3:27:02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지난 5월30일부터 시작된 혜화동1번지 5기 동인들의 2013봄페스티벌 '국가보안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모의법정>, <무림파혈전>, <괴물이 산다>,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에 이어 마지막 작품으로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가 찰리 채플린과 조선시대 만담꾼 신불출을 등장시킨 <레드 채플린>이 무대에서 공연 중이다.
 
이번 축제는 예술가들이 '국가보안법'이라는 상징적 실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기검열에 빠져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할 것을 염려하는 마음을 잡아내 혜화동1번지가 기획됐다.
 
축제 마지막 작품인 프로젝트그룹 빠-다밥의 <레드 채플린>은 코미디라는 '웃음예술'까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검열당국, 그 억압적 풍토에 영향 받는 예술가의 모습을 그린다. 미국 전역에 불어 닥친 매카시즘의 광풍에 시달리는 채플린과 일제시대 치안유지법으로 고통 받는 신불출이 주인공으로, 이 둘은 채플린의 꿈 속에서 조우한 후 억압 받지 않고 마음껏 창작을 할 수 있는 나라를 찾아 시공간을 초월해 여행한다.
 
(사진제공=드림아트펀드)
 
무대에는 배우가 총 4명 등장한다. 10개 장면이 에피소드식 구성으로 흘러가는 도중 배우들의 배역이 계속 바뀌는데, 재미와 웃음의 상당 부분이 이 역할놀이에서 발생한다.
 
배우가 중절모를 쓰면 채플린, 안경과 헌팅캡을 쓰면 신불출이 되는 식이다. 때로는 파란 깃발과 빨간 깃발을 흔들며 갈라진 남북을 상징하기도 한다.
 
배우들은 채플린의 분신이 되어 채플린 영화 속 주인공을 연기하기도 하고, 채플린에게 공산주의자라는 빨간 딱지를 붙이는 억압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신불출로 분해 재치 있는 만담을 늘어놓기도 하고, 일제의 경찰이나 해방 당시의 청년단이 되어 신불출을 마구잡이로 탄압하기도 한다.
 
채플린과 신불출을 따라 관객은 매카시즘 광풍에 시달릴 당시의 미국, 일제 치하 조선, 남과 북의 해방공간, 2013년의 대한민국을 여행한다.
 
한참을 여행한 후에도 자신의 정착지를 찾지 못한 채플린은 꿈 속 여행을 계속 이어간다. 로마로 넘어가 '희대의 희극배우'라 조롱 받던 '고귀한 이'를 만난 이후에는 아예 '예술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극은 절망적 상황을 인정하되,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다. 숨 쉴 수 있을 때까지 인생을 살듯, 예술가들도 살아 있는 한 그저 자연스럽게 창작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다소 결론이 단순하고 설명적임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올리는 마음만큼은 분명히 각인되는 공연이다.
 
결국 연극 <레드 채플린>이 무대를 통해 관객, 혹은 동료 예술가와 공유하고자 했던 것은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쫓겨난 예술가들에 대한 안타까움, 세상으로부터 오해 받았던 그들의 진심, 그리고 예술가의 세상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한 존중 등이다.
 
공연 중 상당시간을 들여 채플린의 슬랩스틱을 보여주고, 신불출의 유쾌한 만담을 들려주고, 영상과 자막의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작 오세혁, 연출 김한내, 출연 조시현, 조아라, 노수산나, 김형석, 무대 박상봉, 조명 강지혜, 의상 홍문기, 음악 배미령, 웹디자인 김솔, 사진·영상 이지락, 제작 프로젝트그룹 빠-다밥, 4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김나볏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