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6.4 지방선거의 선전으로 세월호 파고를 넘는가 했더니 다시 또 인사 참사가 벌어졌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구멍' 자체도 문제지만 인수위 때부터 국민적 비판을 받아온 '시스템 오류'가 정부 출범 1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되풀이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장고 끝에 지명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과거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아울러 문 후보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으니 굳이 일본의 사과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도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거듭되는 망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오후 서울대 IBK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마지막 수업를 마친 뒤 강의실을 나와 연구실로 들어서고 있다.ⓒNews1
기자 시절 극우 논객으로 활약했던 문 후보자의 삐뚤어진 친일·식민사관이 박 대통령의 총리 내정과 함께 세상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기도 하지만 이같은 오류를 감지하지 못한 청와대가 더 문제라는 비판이다.
야권은 물론 새누리당 내에서도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 후보자가 12일 유감을 표명했으나 파문은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김용준·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조차 치르지 못한 채 사퇴한 인사상의 과오가 있는 박근혜 정부로서는 자칫 문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도덕성과 역사관 등에 흠이 있는 인물들을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전격 발탁한 책임은 결국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어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격화될 전망이다.
1년 4개월에 불과했던 지난 집권 기간 동안 인사 참사가 되풀이된 것은 앞선 실패들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박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란 뼈아픈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로 낙점됐던 김용준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두 아들의 병역 면제 및, 증여세 탈루,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2013년 1월 29일 사퇴했다.
문 후보자에 앞서 2대 총리로 내정됐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고액의 수임료를 둘러싼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여 지난 5월 28일 물러났다.
이들은 총리 지명이 발표된 후 며칠 만에 의혹이 불거진 케이스라 제대로 된 인사검증 시스템만 갖춰져 있었으면 충분히 박 대통령의 '헛발질'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처럼 보수 논객 출신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저지른 전대미문의 성추문 사태까지 겪었음에도 인사검증 시스템을 손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아쉬움을 남긴다.
도리어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하더니, 12일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을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해 '시스템 개혁'보다 '회전문 인사'에 더 관심이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