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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의 스포츠에세이)FIFA와 브라질월드컵의 '뒷면'
입력 : 2014-06-20 오후 12:38:50
◇지난 19일(현지시간) 브라질의 상파울로에서 발생한 2014 브라질월드컵 반대 시위와 거리에 누워 있는 노숙자. (사진=로이터통신)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브라질월드컵 최대 이변은 스페인의 탈락이다. 그들은 전방부터 압박을 가하는 '압박축구'에 당했다.
 
네덜란드와 칠레는 공격수부터 철저히 스페인 선수들을 에워쌌다. 스페인은 그들이 자랑하는 미드필더 이전부터 공격의 싹이 잘렸다.
 
이젠 이 같은 압박이 축구장 밖으로도 가야 할 때다. 월드컵을 이끄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향해야 할 시점이다. 축제가 끝난 뒤 그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더 높아져야 한다. 부정부패의 싹을 지금이라도 잘라야 할 시기다.
 
전 세계 최고의 축제라는 월드컵의 달콤함 뒤에는 자본과 권력의 노림수가 항상 숨어있다.
 
중계권부터 광고권까지 모든 것은 대회 기간 FIFA에 귀속된다. FIFA는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고 마케팅 권리를 준다. 공식 파트너와 스폰서로 나뉜 이들은 월드컵 기간 마케팅 효과를 누린다.
 
브라질월드컵 공식 파트너는 아디다스·코카콜라·현대기아차·에미레이트항공·소니·비자카드 등 6개 기업이다. 이들은 브라질월드컵의 독점적 마케팅 권리를 부여받는 대가로 총 13억5000만 달러(약 1조3759억 원) 정도를 FIFA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정확한 액수는 비공개지만 기업들은 그 이상 얻는 게 있다는 증거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브라질의 상파울로에서 발생한 브라질월드컵 반대 시위. (사진=로이터통신)
 
하지만 브라질월드컵이 브라질 국민들에게 주는 당장의 이익은 없다. 월드컵 개최를 둘러싸고 브라질 국민들이 끊임없이 대회 반대를 외친 이유다. 그들은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과 공공요금 인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라질 대부분 요리에 필수인 토마토 값이 하늘 모르고 치솟았다. 토마토를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등 주변 국가로부터 밀수입하는 일이 브라질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
 
국민들은 가난해지는데 거대한 자금을 들여 축구장을 건설하는 정부가 곱게 보였을 리 없다. 축구가 곧 삶이라는 브라질 국민들의 인터뷰 중 인상적이었던 말은 "축구와 월드컵은 다르다"였다.
 
FIFA의 힘이 막강해지고 있지만 반대로 이미지는 추락하고 있다. 최근 공식적으로 불거진 2022년 카타르월드컵 선정 '비리의혹'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끊임없이 흘러나오던 뇌물 관련 의혹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짐 보이스 FIFA 부회장은 지난 2일(한국시간) 영국 언론 BBC와 인터뷰에서 "카타르월드컵을 둘러싼 비리가 입증된다면 개최지 재투표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모하메드 빈 함맘(카타르)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FIFA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줬다'고 폭로했다. FIFA도 더 이상은 절차상의 확인 없이 무턱대고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사진=로이터통신)
 
1974년 서독이 개최한 월드컵을 시작으로 FIFA의 다국적기업 마케팅이 시작됐다. 현재 FIFA는 보유현금만 15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피파 마피아'를 쓴 저자 토마스 키스트너는 "FIFA가 주도하는 축구는 스포츠 경제, 스폰서 경제, 정치 그리고 미디어의 힘으로 부풀려진 가죽 공을 둘러싼 비즈니스"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들끓는 공격성과 배타적인 국수주의에 물들었으며 조직범죄의 냄새까지 짙게 풍긴다"고 FIFA에 독설을 퍼부었다.
 
FIFA는 축구를 활용해 월드컵이라는 '이벤트'를 만들었다. 90분은 축구지만 나머지는 모두 돈을 위한 이벤트에 속할 수도 있다. 운동장에서 공이 구르는 동안 그 뒤에선 더욱 빠르게 돈과 권력의 패스가 이어질지도 모른다.
 
월드컵은 전 세계인의 축제가 맞다. 2010 남아공월드컵 결승전 시청자는 8억 명을 훌쩍 넘었다. FIFA는 전 세계 204개 나라 263억 명 이상이 남아공월드컵을 지켜봤다고 추산했다.
 
브라질월드컵 또한 즐기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점점 더 커지는 FIFA의 권력과 그에 따른 부정부패를 감시하기 위해 그 뒷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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