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3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면서 "아무 할 말이 없다. 조용히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자진사퇴를 거부한 채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문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문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결국 지명을 철회하는 수밖에 없지만 이는 인사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라 부담스러운 카드다.
그렇다고 문 후보자를 비롯한 2기 내각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마냥 재가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정 공백의 장기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현재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 및 개각 대상에 포함된 장관들과 내정자들이 동거하는 불편한 상황을 겪고 있다.
이에 문 후보자의 낙마 자체는 기정사실인 가운데 박 대통령의 지명 철회 또는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제외한 새로운 형태의 중재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3일 "오늘 정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안다"면서 "언론에 언급된 자진사퇴나 지명 철회가 아니라 제3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망언 논란에 휩싸인 문 후보자 임명 강행은 사실상 물 건너갔지만 그간 억울함을 호소해온 문 후보자의 입장과 총리 후보자가 연달아 낙마하게 된 정권의 처지가 모두 반영된 출구전략이 검토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6년 전효숙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임명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4차례 무산되는 진통 끝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스스로 지명 철회를 요청한 적이 있다.
지명 철회와 자진사퇴를 놓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박 대통령과 문 후보자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이후 눈물을 흘리며 국민 앞에 약속한 인적쇄신의 결말로는 한심한 수준이라 정국 정상화는 난망해 보인다.
또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야권의 책임론이 강화될 전망이라 여야의 대립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며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