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올스타전 with 박지성' 경기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 인터뷰실에서 (왼쪽부터) 이근호, 황선홍 포항스틸러스 감독,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 박지성이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News1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68)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축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12년 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에 큰 기쁨을 안긴 그는 더욱 깊어진 자신의 축구관을 드러냈다.
히딩크 감독은 24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전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해 "축구가 최근 일어난 세월호 참사 슬픔에 작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인생이 항상 축구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히딩크 감독은 오는 25일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에서 팀 박지성의 지휘봉을 잡는다. 애제자 박지성(33)과 함께 월드컵 4강의 추억을 팬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최근 박지성을 만나 세월호 참사와 K리그 올스타전 참석 얘기를 전해 들었다"면서 "이번 올스타전을 통해서 축구가 가진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제가 여기에 온 이유"라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기자회견 내내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축구의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는 자세를 취했다.
취재진은 "올스타전 주심을 보는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 선수를 퇴장시키겠다고 인터뷰했다.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다소 가벼운 분위기를 유도하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올스타전이) 좋은 파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충분하게 질문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축구 외적인 부분에 대해 선을 그었다.
올스타전에서 나올 수 있는 세리머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자신만의 뚜렷한 철학도 내비쳤다.
히딩크 감독은 "저는 그다지 골 세리머니 준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골 세리머니는 즉각적인 반응에 따라 나오는 것"이라며 "내일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흥미 있고 아름다운 경기가 되느냐다. 이것을 통해서 한국 축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애제자인 박지성을 놓고도 그는 깊이 있는 답변을 내놨다.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은 첫 유럽 진출 당시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처럼 빅리그는 아니지만 충분히 경쟁력 있는 네덜란드 리그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PSV에인트호번에서 몹시 어려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면서 "그때 한국이나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 나왔던 것으로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박지성은 조금 더 기다리고 준비하는 길을 택했다. 결국 감동적인 헌신과 노력이 기본이 돼 지금처럼 성공했다"고 칭찬했다.
이어 그는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한 아주 좋은 전략을 박지성이 보였다"고 선수의 성공 과정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같은 날 오전 대한축구협회 신인 기술위원장에 선임된 이용수 위원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이끌 당시에도 이용수 위원장이 기술위원장을 맡아 뒤에서 대표팀을 지원했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에 제가 같이 일했기 때문에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는 지식이 충분한 사람이며 순간적인 감정이나 다른 사람이 잘못했다는 이유로 의사 결정을 그르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한국 축구의 나아갈 길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다. 좋은 결정을 했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한편 히딩크 감독과 애제자 박지성은 지난 2012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K리그 올스타전에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