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정부가 11일 발표한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두고 부족한 세수를 서민들 호주머니를 털어 충당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시작된 새누리당 정권의 '부자감세' 기조는 철회하지 않으면서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늘리기 위해 흡연율을 빌미로 직접세보다 확보가 용이한 간접세를 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담뱃값 인상 방침이 세수 부족 때문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 때문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담뱃값 2000원 인상에 따라 적게는 3조원에서 많게는 5조원 가량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추정되는데, 내년 예산 규모가 정부의 당초 계획보다 8조원 정도 늘어나는 것이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이에 대해 "정부의 방안대로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한다면 최소 4조원 이상의 추가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과거 담뱃값 인상 이후 얼마 동안은 흡연율이 줄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회복되는 추세가 되풀이되어온 사실을 감안하면 담뱃값 인상에 따른 정부의 재정 수입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토대로 박 의원은 "MB 감세 이후 매년 20조원 내외의 적자재정을 반복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손쉬운 재정 확보책이 아닐 수 없다"면서 "부자감세로 구멍난 세수를 메운다는 의혹에 대해 먼저 해명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역시 국회 기재위 소속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정부가 공약이행이나 경기침체로 부족한 세수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 담뱃세 대폭 인상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정부가 진정 국민의 건강을 염려한다면 중산서민의 얇아진 지갑과 세부담의 상대적 박탈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 부자증세와 함께 담뱃세 인상을 검토하는 등 종합적이고 균형 있는 세수 대책 속에서 담뱃세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또한 "정부가 겉으로는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는 명백한 증세"라면서 "재정 확충을 위해 증세를 하겠다면 과세 공평성 확보와 함께 고소득자·재벌 및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누진체계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 또는 병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담뱃값과 더불어 오는 12일 전국 평균 4620원 수준인 주민세를 1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지방세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에 있는 등 '우회'를 넘어 '노골적' 증세를 밀어붙일 분위기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원칙에 위배되는 정부의 증세 방침에 대해 부자감세는 유지한 채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반대 의견이 높아 향후 국회의 관련 법 개정에는 상당한 진통이 점쳐진다.
야권의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은 정부가 발표한 담뱃세 인상안이 전해지자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밝혀 그렇지 않아도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로 공전 중인 국회의 여야 협상 가능성을 어둡게 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담뱃값 인상안이 포함된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