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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의 스포츠에세이)'이상민 효과'의 이면..프로농구 '스타 부재'
입력 : 2014-10-17 오후 1:57:28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이상민(42) 프로농구 서울삼성 감독이 화제다. 삼성 경기는 코트 안에 있는 선수들 못지않게 벤치에 있는 이상민 감독에게 많은 시선이 쏠린다.
 
삼성이 지난 15일 안양 KGC인삼공사를 꺾으며 이상민 감독은 첫 승을 거뒀다. 두 팀 모두 3연패에 빠져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다. 시즌 초반이지만 짜릿함이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이상민이라는 이름값이 주는 효과가 더 컸다. 경기 후 많은 취재진은 첫 승을 따낸 이상민 감독을 집중 조명했다. '이상민 효과'라 볼 수 있다.
 
지난 4월 삼성 구단을 통해 이상민 감독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공식 기자회견이 없다고 삼성 측에서 알린 가운데서도 수많은 취재진이 끊임없이 이상민 감독을 찾았다.
 
그날만 해도 방송사를 비롯한 여러 언론사의 인터뷰가 잡혀 있어 구단 관계자는 시간을 쪼개기에 바빴다. 부임 직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면서 이상민 감독의 비시즌은 시작부터 바빴다.
 
이유는 당연했다. 그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도 최고의 농구 스타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18일 경기도 용인 삼성휴먼센터에서 만난 이상민 감독. (사진=임정혁기자)
 
이상민 감독은 홍대부고 3학년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연세대 입학 후에는 고려대와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원조 '오빠 부대'로 통했다. 허재, 강동희, 김유택(이상 당시 기아), 전희철, 현주엽, 신기성, 김병철(이상 당시 고려대), 우지원, 김훈, 문경은, 서장훈(이상 당시 연세대) 등 열거만 해도 과거 농구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선수들 속에서도 선수 이상민의 인기는 단연 최고였다.
 
그가 1998년 현대에 입단한 후에도 이런 인기는 이어졌다. 선수 생활 일거수일투족에 큰 관심이 쏠렸다. 그가 선수 생활 막판에 라이벌인 삼성 유니폼을 입을 때 현대 팬들은 크게 슬퍼했다. 2010년 은퇴를 선언할 때는 농구계를 넘어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의 은퇴로서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런 인기를 방증하는 게 앞으로도 깨지지 않을 것 같은 9년 연속 올스타 투표 1위다.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처음 열린 2001~2001시즌부터 2009~2010시즌까지 팬들은 선수 이상민을 농구계 최고 스타로 직접 꼽았다.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프로농구 선수 유니폼을 벗는 그 순간까지 이상민이란 이름은 항상 최고에 있었다.
 
◇서울 삼성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이상민 감독. (사진=KBL)
 
이런 대스타가 감독이 되면서 프로농구는 감독들 전성시대가 됐다. 선수 못지않거나 혹은 그 이상으로 감독들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이런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 마침표를 이상민 감독이 찍었다.
 
전주 KCC의 허재 감독, 서울 SK의 문경은 감독, 원주 동부의 김영만 감독 등 농구대잔치와 프로농구 출범 초반 인기를 이끌었던 스타들이 이제 모두 지휘봉을 잡았다. SK의 전희철 코치와 MBC스포츠플러스의 현주엽 해설위원도 현역에서 물러난 지 오래다. 여자농구 하나외환의 신기성 코치까지 더하면 이들도 언제든 감독이 될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다.
 
스타 감독이 많아지고 잠재적인 스타 감독 후보도 늘어났다. 이제는 이와 조화를 이룰 스타 선수 찾기가 시급해졌다.
 
사실상 프로농구 출범 이후 최대 스타라고 할 수 있는 서장훈은 지난해 3월 코트를 떠났다. 엄밀히 따지면 서장훈 또한 농구대잔치 막판 유명세를 타고 프로농구에 데뷔했다. 프로농구가 완전히 길러낸 스타라 보긴 어렵다.
 
그나마 프로농구가 처음부터 길러낸 스타는 김승현이 유일했다. 하지만 김승현도 지난 5월 은퇴했다. 그 뒤를 이었던 방성윤(전 SK)은 부상 끝에 2011년 갑작스레 유니폼을 벗었다. '제2의 허재'라며 지난해 혜성같이 등장한 김민구(KCC)는 음주운전 사고라는 불미스런 일로 농구 선수에겐 매우 중요한 고관절을 다쳤다.
 
◇2014~2015시즌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 (사진=KBL)
 
이렇다 할 스타 선수가 나오지 않으니 과거 유명세를 탄 감독들을 향한 관심은 커질 전망이다. "선수들의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도 있지만 '스타 만들기'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프로농구연맹(KBL)의 최근 행정은 팬과 여러 관계자의 지적을 외면한 채 독단적으로 흐르는 모습이다.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스타 선수 발굴은커녕 그에 앞서 필요한 소통이 꽉 막힌 모양새다.
 
당장 이번 시즌 중계 문제부터 갑갑한 상태다. 전 경기를 안정적으로 중계해주겠다는 방송사가 없어 아직도 협상 중이다. KBL 실무진들은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프로농구라는 콘텐츠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여기에 김영기 총재가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2명 출전"을 고집하고 있다. 스타 탄생은 고사하고 국내 선수들의 자리가 더욱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상민 감독이 내뿜는 인기는 긍정적이지만 분명히 그 뒤에는 '스타 부재'라는 그늘도 있다. 그 그늘을 걷어내기 위한 기본적인 대책이 아쉽다.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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