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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의 스포츠에세이)'먹튀' 잡아야 할 평창동계올림픽
입력 : 2014-10-27 오후 2:12:04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지난 4일 인천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지난 24일에는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이 여정을 마쳤다.
 
축제는 끝났다. 이제는 현실에 녹아들 일만 남았다. 모든 희로애락의 끝은 눈물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인천시의 앞날에 눈물이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을 포함해 인천시는 17개 신설 경기장 건설에 총 1조7224억원의 예산을 썼다. 이 중 4677억원(27%)은 국비 지원을 받아 충당했지만 나머지 금액 중 1조2523억원은 고스란히 인천시의 몫으로 남았다.
 
출산장려금과 각종 시민 지원 예산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빚을 누굴 위해 졌는지 고심해봤으면 한다.
 
◇지난 4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 모습. ⓒNews1
 
인천아시안게임의 시작은 지역 정치권이었다. 2005년을 전후로 '아시안게임 붐'을 조성하더니 이 분위기를 등에 업고 2007년 4월에 개최권을 따냈다.
 
당시 안상수 인천시장은 "앞으로 철저히 준비해 270만 인천시민의 자존심을 걸고 올림픽보다 더 훌륭한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2014년에 인천에 없었다. '국제대회 유치'라는 이력서 한 줄을 채운 뒤 사라졌다.
 
스포츠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아시안게임의 한계를 알 수 있다. 아시아에 국한된 대회를 올림픽보다 더 훌륭하게 만들겠다는 말은 신춘문예를 노벨문학상보다 무게감 있게 만들겠다는 말과 같다.
 
다양한 즐길 거리가 사람들의 여가를 놓고 '제로섬게임'을 펼치는 세상이다. 아시아에 국한된 아시안게임은 2000년대 들어 침체하고 있다. 자연스레 앞으로도 흥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국제스포츠 이벤트가 쇠락해가던 도시를 살린다는 이론도 옛말이 됐다. 스포츠 경기장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다는 주장도 틀린 얘기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대도시 지역의 프로야구 또는 미식축구경기장 건설이 도시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학자들을 통해 속속 나왔다.
 
설수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와 김예기 한국개발연구원 실장은 2011년 쓴 <스포츠경제학>에서 "초대형 스포츠 경기장 등 스포츠 시설에 대한 경제적 효과가 비경제적인 이유로 과대평가될 수 있다"며 "많은 스포츠 시설이 지역 경제 발전에 일조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타당성 평가가 경제적 편익을 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지역의 정치인 또는 관료, 스포츠 관련 종사자들이 정부지원을 통해 스포츠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경제적 효과가 크게 나오도록 여러 가지 가정을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외부 관광객을 유치하는 정도를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미 전 국민이 2002 한일월드컵을 이후로 이런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에 지어진 축구경기장은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고 풀뿌리 축구의 기초가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과 몇몇 경기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기장은 유지비용만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됐다.
 
◇인천문학경기장 시설물을 관리하는 자원봉사자. ⓒNews1
 
인천아시안게임은 오늘과 같은 참사가 예전부터 예견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5월 인천아시안게임 등 국제스포츠행사 자원사업을 분석한 결과 일반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간접적 편익까지 포함해 경제적 타당성을 과장했다고 전했다. 많은 언론과 관련 학계에서는 아시안게임 개최보다 그 이후를 내다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오히려 인천아시안게임 개최 직후 '양념치기'가 시작됐다. 대회를 낙관하는 쪽에선 "스포츠 약소국에 2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선수단 전원의 숙박비와 항공료를 대겠다는 인천아시안게임유치위원회의 막판 카드가 각국 NOC(국가올림픽위원회) 대표들의 표심을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인천 지역 일부 언론은 아시안게임의 경제적 효과를 크게 부각했다.
 
지금 와서 이런 사실을 돌이키면 참담하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을 위해 약 1조7502억원에 이르는 지방채를 발행했다. 당장 내년 673억원을 시작으로 2029년이 돼야 모든 빚을 갚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에 투입했을 돈을 아이들 유치원이나 하다못해 주민들이 직접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공재에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밖에서 보는 인천이란 도시 이미지를 걱정하기 전에 그 안에서 사는 이들의 삶의 질을 생각했어야 하는 게 정책을 관장하고 그들을 감시하는 이들의 몫이었다.
 
경제적 효과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정부나 이익집단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정당화하기 위해 각종 기회비용을 내던졌던 것은 아닌지 따지고 싶다.
 
한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면 국제스포츠 대회와 관련 시설의 경제적 가치를 정확하게 선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얼마든지 지역주민들의 자부심과 상징성 같은 간접 편익을 '파급 효과'라는 두루뭉술한 단어로 묶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7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및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다짐대회. ⓒNews1
 
이제 시선은 평창으로 쏠린다. 그런데 벌써부터 평창도 말이 많다.
 
시설물 하나라도 더 지으려는 분위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미 강릉에 거대 규모의 선수촌을 신축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쪽 인구를 따져보면 미분양이 걱정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폐회식 장소 또한 강릉 알펜시아리조트를 증축해 사용하지 않고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 신축하기로 했다. 기존 시설물인 알펜시아리조트를 쓰면 290억원으로 절약할 수 있는데 새로 짓기로 하면서 예산이 약 750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으나 평창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묘하게도 과거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하던 모습과 겹친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이를 두고 "동계올림픽은 개폐회식 장소에서 경기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약 6시간을 위해 750억원을 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2012 런던올림픽 당시 총 34개의 경기장의 신축이 필요함에도 8개만 다시 지은 영국과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을 열며 기존 대학 기숙사를 선수촌과 미디어촌으로 활용한 미국의 사례를 소개해주고 싶다.
 
이제는 국제스포츠 대회에 앞서 각종 사업 검토를 면제해주는 '특별법'도 고쳐야 한다.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에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모든 신규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평창은 이런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는다. 게다가 국가로부터 사업비의 최대 75%까지 예산지원도 받을 수 있다.
 
또 이 법에 따라 평창·강릉·정선 일원에 지정된 5개 '평창동계올림픽특구'에 투자하는 민간 사업자는 다양한 조세 감면 혜택과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부가가치세, 취득세, 재산세 등을 감면받는다. 2012년 탄생한 이 법이 과연 다른 그 어떤 특별법보다 유용한 법인지 따져볼 때다.
 
이 정도면 국제스포츠 대회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일부 특권층이 이득을 독차지하고 나머지 책임과 부채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까 걱정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에 선임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7월3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0차 위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News1
 
지난 6일 스포츠문화연구소, 체육시민연대, 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회로 구성된 체육단체연대(이하 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국정감사를 통해 인천아시안게임의 부실 원인을 낱낱이 밝힐 것을 요구한다"며 "재정난을 외면한 채 빚으로 경기장을 짓고 재정파탄을 자초한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자체장 치적 쌓기의 산물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증명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철저한 검증은 깜깜무소식이다. 최근 있었던 국정감사에서도 인천아시안게임과 관련한 얘기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대회 내내 운영 미숙과 총체적인 부실을 지적하던 목소리도 가라앉았다.
 
4년 뒤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야 하지만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체계적인 사후 검증과 건설적인 비판이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데 외양간이 어디 있는지, 심지어 뭐가 외양간인지도 모르는 모양새다.
 
'먹튀'라는 말이 있다. 좋은 뜻은 아니다. 스포츠에서는 선수가 큰돈을 받고 새 팀에 이적했음에도 활약을 못 하면 이런 말이 나온다. 좀 더 크게는 무언가 이득을 취하고서도 그 비용을 내지 않을 때 먹튀라는 말을 쓴다.
 
이제는 평창 시민이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먹튀 행동을 감시할 때다. 인천아시안게임과 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제대로 봐야 하는 시점이다.
 
더불어 지자체와 대회조직위원회는 솔직하고 투명하게 대회를 준비하길 바란다. 과장과 뻥튀기도 두 번째는 금방 드러나기 마련이다.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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