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9월5일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축구대표팀에 울리 슈틸리케 감독 선임을 알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은 독일 청소년 대표팀을 오랫동안(2000~2006년) 맡은 점"이라며 "독일 축구를 변화시키기 위해 슈틸리케 감독은 다양한 일들을 한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4개월 넘는 시간이 흘렀다. 실제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0월10일 파라과이전부터 11월18일 이란전까지 4번의 평가전을 치르면서도 대표팀에 얽매이지 않고 한국 축구 전반에 차츰 발을 들여놨다.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왼쪽)과 대한축구협회의 이용수 기술위원장. ⓒNews1
◇K리그가 기본이다
여론은 내년 1월9일부터 31일까지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축구의 근간이 되는 K리그에도 눈길을 떼지 않고 있다. 그는 부임 이후 꾸준히 클래식(1부리그)과 챌린지(2부리그)를 가리지 않고 경기장을 찾았다.
이제는 K리그 지도자들과 소통하려 한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슈틸리케 감독은 오는 9일 낮 12시에 K리그 감독들과 오찬 모임을 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신인 드래프트가 있는데 그에 앞서 각 구단 감독들과 대표팀의 원활한 관계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소집 협조를 구하는 한편 대표팀과 K리그의 상생 관계를 강조할 전망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일 K리그 시상식에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직접 페어플레이상과 특별상 시상자로 나섰다.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은 이동국과는 짧은 대화도 나누며 대표팀 핵심 스트라이커로 꼽히는 그의 부상 상태를 직접 살폈다.
◇왔다 가는 '이방인'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4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2014 대한축구협회 기술컨퍼런스'에서 발제자로 나서 '현대 축구지도자들에게 필요한 역량과 덕목'이란 주제로 강의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이 브라질월드컵에서 나타낸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축구 지도자의 자세와 축구계 현안에 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성남FC의 김학범 감독, 포항스틸러스의 황선홍 감독, FC서울의 최용수 감독, 수원삼성의 서정원 감독, 울산현대의 윤정환 감독, 인천유나이티드의 김봉길 감독 등 다수의 지도자가 참석했다.
대표팀 감독이 이 자리에서 발표자로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단순히 대표팀 선수들만 소집해 지휘하고 성과만 내면 된다는 자세가 아니라 한국 축구 전반을 이끄는 지도자들과 자신의 철학을 공유하고자 하는 태도로 읽힌다.
◇직접 눈으로 밑바닥 살핀다
한 축구계 관계자가 K리그 경기장을 찾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몇몇 선수의 장단점을 설명하자 그는 자신이 선입견 없이 선수를 보겠다며 선을 그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슈틸리케 감독이 취임 직후 밝힌 "원점에서 시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모습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이런 철학은 성인 이하 선수들을 찾아다니는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지난달 1일 인천공항 인재개발원 축구장에서 개최된 '2014 인천국제공항 유소년클럽 챔피언십' 행사에 참석해 어린이들을 격려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마추어 선수가 있어야 대표팀을 지원하는 프로선수가 존재한다"며 유소년 축구의 투자와 중요성을 새삼 강조했다.
지난달 21일에는 대학 축구 무대에도 참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충청남도 천안 단국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2014 카페베네 U리그 왕중왕전 단국대와 광운대의 경기를 찾아 관전했다. 앞서 이란-요르단 원정을 마치고 20일에 돌아오자마자 하루 만에 대학 무대를 살피려 현장을 찾은 것이다. 그는 "선수들의 기동력과 순발력이 뛰어나지만 다소 기계적으로 움직인다"고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축구대표팀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News1